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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유부남 이야기

와이저 (WISER) 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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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상 시에 혁신이라는 것은 전혀 새로운 것을 제시하는 것으로 여기곤 했다. 그래서인지 아주 멀리있고 혜안을 가진 선지자가 가져다주는 그 무엇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혁신적이다 라고 칭송받는 것들을 살펴보면 전혀 새롭다기 보다는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인 경우가 더 많았다. 그래서인지 와이저라는 책에서 이야기 하는 조직 행동에 대한 문제점과 해법들도 전혀 다른 접근법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쉽게 놓치는 것들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조직 생활을 하면서 회의가 잦은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 또 거의 하지 않는 조직을 모두 경험해 보았다. 그래서 인지 책에서 이야기 하는 상황마다 내 경험들이 떠올라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매우 도움이 되었다. 거의 회의가 없는 조직은 보통 통보하고 상명하달의 프로세스가 잘 갖춰진 조직이었다. 이미 무언가 조직행동에 대한 니즈가 딱히 필요 없는 조직이었던 것 같다. 회의가 잦은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은 확실히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내용들을 골고루 경험해 본 것 같다.


 보통 국내의 조직문화만 그 평판과 조직 내에서의 관계를 중시한다고 생각했지만 서양의 문화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조직행동에 대한 보편적인 행태는 거의 유사하다는 점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조직행동론이라는 학문도 있는 것이다. 집단이라는 것의 힘이 무섭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이 막강한 힘에는 책임자가 없고 또 그만한 그림자가 존재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평소에 조직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선입견들이 무참히 깨지는 그런 날이었다.


 책에서는 낙관주의라는 표현을 했다. 나는 흔히 말하면 이런 낙관주의자에 가까운 사람이다. 좋은게 좋은거다라고 생각하고 무작정 낙관하며 관망한다면 결국 더 안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우리는 회의가 끝이나면 구성원들이 만장일치하는 결과가 가장 최고라고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여러 상반된 의견들이 충돌하고 그를 통해 중용된 결과가 더 훌륭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부정적인 사고가 아닌 비판적인 사고로 조직을 '점화' 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조직에서의 평판이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내 정서에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런 노력이 필요한 이유에는 조직을 이끄는 리더, 다시 말하면 상급자의 배려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의사 결정권자와 인사 평가자를 겸하는 직책을 가진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정말 많은 문제들과 해결책들이 있었지만 그 중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조직행동의 오류는 민주주의에서 다수결의 문제점과 일맥상통 한다고 생각한다. 철학자 플라톤이 이야기 했던 중우정치(衆愚政治)와 그 의미가 같다. 다수에 어리석은 사람이 모여서 집단을 망치게 된다는 것이다. 항상 다수가 동의하는 것이 옳다고 맹신하는 데서 겪는 대표적인 오류가 아닐까 싶다. 결론적으로 오늘의 조직도 이런 오류를 아주 쉽게 겪는 경향이 있으니 모두가 동의하는 그런 결과를 도출해 낸다면 이 결과는 매우 신뢰할만 하거나 전혀 틀린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델파이 기법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는 앞서 이야기 했던 플라톤이 중우정치의 대안으로 이야기 한 철학자들의 정치, 오늘날에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 집단의 의사결정이다. 이는 문제 해결을 위하여 전문가 집단의 질의응답을 통해서 반복적인 결과 분석을 통해서 문제 해결 방법을 도출해내고 미래를 예측해보는 기법이다. 굉장히 신뢰도가 높은 결과가 나오겠지만 이 또한 너무 맹신해서는 안되겠다. 항상 이런 최선의 결과에 최악의 결과도 함께 생각하여 이를 대비하고 고려해야 하는 것 또한 함께 해야겠다.


 책의 마지막에 강조하고 있는 것은 팀워크이다. 그리고 이 팀워크는 상호간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서로를 존중하고 그야말로 팀 플레이어로서 평범한 사람을 스타로 만들어 줄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 '집단지성' 의 시작이다. 이런 이야기는 팀워크가 중요한 스포츠들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결국은 마치 동화책에 나오는 이야기 처럼 결말이 너무 진부하다고 여길 수 있겠지만 그만큼 조직과 그 구성원들이 기본에 약하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전혀 다른 행동을 통해서 조직을 바꿔나간다기 보단 쉽게 지키지 못하는 기본들을 다시 세울때 조직이 변화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어 주었다.


 기원전 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 마저 이야기 하고 싶어 했던 조직행동에 대한 관심이 2000여년이 지난 지금에 까지 이어저 내려오고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수많은 고사들이 그렇듯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지고 많은 해법들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직도 결코 쉽지 않다. 아마도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본능적인 문제를 자각하고 개선하려고 할때, 또 그런 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집단을 이룰때 훌륭한 조직, 집단지성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