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리세이드 : 공간으로 모든 것이 이해가 된다
엄청난 인기의 패밀리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건 출시 당시의 엄청난 인기. 당시에는 생소하던 사전예약도 있었고 그 예약자의 수가 엄청나다고 전해 들었다. 나 역시도 당시 팰리세이드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고 사전예약을 빠르게 진행했다. 전해 듣기로는 굉장히 대기가 길었다고 하는데 대략 2~3개월 정도 소요되었던 나는 그 대기를 몸소 체험하지는 못했다. 당시 5GT에 대한 아쉬움으로 SUV를 찾아보고 있었기 때문에 더 적극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생각해 보면 이때 처음으로 나는 현대차를 구매하게 되었다.
외장 디자인 :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SUV
크다. 현대차라는 브랜드도 SUV라는 장르도 처음이다보니 어색한 것이 많았다.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처음 타본 1톤 트럭에서 보던 껑충한 높이와 광활한 시야, 세단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개방감 있는 차 유리들이 널찍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유연하게 빠진 외관보다는 다부지고 조금 더 각진 느낌의 차체가 인상적이었다. 전반적으로 그전의 차와 비교했을 때의 느낌은 제원상으로는 압도적으로 큰 것이 아니나 차체의 높이 때문인지 더 웅장하게 느껴졌다. 헤드램프의 배치도 인상적이었는데 실제로는 위쪽에 있는 램프는 주간주행등, 아래쪽에 있는 램프가 전조등이라는 점이다.
내부 디자인 : 가족들을 위한 공간
개인적으로는 차는 또하나의 집이다. 집을 떠나오면 우리 가족에게 집과 같은 역할을 해준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는 아주 넓은 집이다. 여행을 떠날 때 이게 꼭 필요할까 싶은 것들을 두루 챙기더라도 실을 곳이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게 만들어 준다. (물론 캠핑을 하는 지금은 부족하다) 당시 2열에는 독립 시트 옵션을 추가해서 더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항상 벤치 형태의 시트만 보다가 각각의 독립 시트만 보니 조금 더 특별하다고 느낀 것 같다.
실내 인테리어 컬러를 고를 수 있던 점도 강점이었다. 항상 자동차를 볼 때 마다 화사하고 예쁜 가죽 시트를 보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굳이 찾자면 수입차 중에서도 의전용 세단들에서만 볼 수 있어 아쉬웠었다. 그런데 팰리세이드는 '웜 그레이'라는 시트 컬러를 선택할 수 있었고 주저 없이 이 컬러를 골랐다. 주변에서는 '관리할 수 있겠나?'라는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드시는 분들은 꼭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에게 한 번 물어보자. 본인이 스스로 얼마나 '관리'를 하시는지 말이다.
현대차의 정비 네트워크 : 블루핸즈
수입차를 타고 다닐때 서비스 센터를 예약하고 방문하는 것도 하나의 콘텐츠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건 시간이 아주 많을 때 이야기였던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이런 예약과 방문 그리고 수리 일정들은 나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로 다가왔는데 팰리세이드를 구매하고 정비를 받으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속도의 서비스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무렇게나 찾아간다고 정비를 해주는 시스템은 사실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1~2주 내로 방문하여 정비를 받을 수 있고 가까운 정비소의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선택장애가 올 지경이다.
합리적인 비용도 특징이다. 물론 비용은 상대적인 것이라서 다를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는 다른 수입차와 비교 했을 때 보다 압도적으로 저렴한 가격이었다. 특히 견적서로 보이는 부품 가격은 이게 정말 맞나 싶을 정도로 저렴해서 기억에 남는다.
왜 떠나보냈나?
아내는 이 거대한 차를 운전하는 것을 꽤 잘했고 가끔 장거리를 갈 때 피곤한 나를 대신해서 운전을 해주곤 했다. 어느 날 영동 고속도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조수석에 앉았을 테지만 2열 시트를 체험하고 싶어서 2열에 앉게 되었다. 별로 특별한 이벤트가 없었지만 2열에서의 승차감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자세히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멀미가 났다. 머리가 흔들려서 그런지 어지럽다고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잠에 인색한 편인데 차만 타면 잠이 잘 드는 이유가 이 것 때문이 아니었나 싶었다.
또 팰리세이드 크기는 최근에 지은 백화점 아니고서야 주차장이 반겨주는 일이 없어서 고생을 많이 했다. 주차장에 여유 공간이 몇 개가 있는지 보다 팰리세이드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것이 일이었다. 그리고 연간 100만 원이 훌쩍 넘는 자동차세, 시내 주행이 많은 나에게 굉장히 비효율적인 연비가 아쉬웠다. 셀프세차를 즐겨하다 보니 세차 시간이 거의 1.5배는 더 걸리는 점도 있겠다.
하지만 모두 종합해 보면 장점이 더 많은 차이지만 팰리세이드와의 인연은 그렇게 길지는 않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