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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bbies & Tour

<전국도보여행 - '경상북도' 편> ⑧ 대구시 : 안녕! 달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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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의 하루가 다시 시작했다. 잘먹고 잘자고 잘쉬는 생활이 약간 어색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침부터 걸을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모처럼 마음까지 잠깐 내려 놓는 휴식이 달콤했다. 아침밥을 거하게 먹고 나서 친구와 대구 시내 구경을 갔다. 밤거리만 구경했던 대구를 낮에 만난려고 하니 전혀 색다른 느낌이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에 많은 것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경북 대학교, 영남대 병원 등등.. 여러 현대식 건물들이 즐비해 있는게 신기하다. 이런 나를 보고 서울 촌놈이란다, 확실히 촌은 촌이다. 울진, 영덕의 정겨움(?)에 젖어 있었으니, 대구가 신기할 수 밖에 없다. 대구에 대한 첫 느낌은 내가 서울에 처음 갔을때 마냥 즐거웠다. 서울의 말도 안되게 큰 고층 빌딩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모습에 어안이 벙벙했는데.. 대구에서도 비슷한 느낌이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오가고, 많은 차들과 많은 건물들이 있는 모습은, 부산에서 잠깐 느낀 느낌하고는 완전히 달랐다.

이렇게 감탄에 젖어 있을쯤, 중앙로라는 곳에 도착을 했다. 월드컵이 한창일때 빛고을의 금남로, 달구벌의 동성로를 말로만 들었는데 그중 달구벌의 동성로가 있는 중앙로에 도착했다. 친구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동성로는 젊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서울 명동거리와 같은 느낌이었다. 이리저리 반가운 간판들이 가득했다. 달구벌에서의 감상에 젖어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다름아닌 삼촌의 전화... 그렇게 동성로에서 빠져나와 약속 장소로 향했다.

평소에 삼촌이 대구에 사시는걸 알았지만, 대구에서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 매번 우리집에서 만날때의 느낌과는 사뭇다르다. 삼촌식구와 친구와 더불어 대구 월드컵 경기장도 구경하고, 맛있는 저녁 식사도 얻어 먹었다. 그리고 평소에 잘 보지 않던 영화도 보고.. 뭔가 대구에서는 새로운 것들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런 즐거운 시간이 야속하게도 너무 빨리 흘러 갔다.

그렇게 이 날은 조금 특별히 친구네 할머니 댁에서 하루 신세를 지게 되었다. 평소에 친구가 이야기를 잘 해주어서 인지 할머니께서는 이야기 많이 들었다며, 아주 반겨 주신다. 친구에게는 많은 빚을 지게 된것 같다. 여러모로 신세를 진것이 많아서 조금 미안한 감정까지 든다. 할머님 댁에 와서 열심히 밀린 빨래와 짐정리를 했다. 제대로 보급을 하고 가는 듯 하다.

대구에 이틀동안 지내면서의 소감은 대략 40대 이상의 연령대의 대구 분들의 이야기는 70~80%정도는 알아 들을 수가 없다. 말이 빠를뿐더러, 그 말도 강한 어조와 억양에 전혀 새로운 언어처럼 들린다. 친구의 사투리를 거의 알아 듣는다고 혼자서 자부 했던 나였지만, 대구말을 잘 알아 듣는게 아니라 친구 말을 잘 알아 듣는 거였다. 아주 어렵다..

다음날이되었고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제 대구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도보 재 출발점인 울진으로 돌아가야 한다. 조금 아쉽기도 하고 짜증이 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확실한건 몸이 뜨거워지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걷는게 참 좋다. 걷는것에 대한 철학이랄까? 꽤나 많은 거리를 걸으면서 느낀 철학이 하나 있다. 걷는 것은 살을 빼기 위한 다이어트도 아니고, 단순히 여행을 마무리 하기 위한 객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단한 일도 아니다.

그저 걷는 것은 나를 생각하고 내 주변을 바라보며 사색을 하는 시간이다. 어느 교수의 말인 즉슨 걷는 것은 머리를 좋게한다고 한다. 보통 사람은 복잡한 고민에 빠지게 되면, 생각할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거나 등산을 하거나 산책을 한다. 걷는 도중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생각도중에 깨닫는 것이 많고 정리되고 계획되는 것들이 하나 둘씩 늘어간다는 것이 걷는 것의 가장 큰 목적이 아닌가 싶다. 나의 도보여행 중에 사람들을 가끔 묻고는 한다. '왜? 그런 여행을 떠난 것이냐?' 라고 말이다. 걷는 동안 이런 질문에 대한 의도를 여러 방면으로 분석을 해봤다. 나는 분석하는게 취미이자, 습관이기 때문이다.

보통 '왜 하필이면 걸어서 가나요?' 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은 일단 아예 본질을 이해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이다. 특별히 대답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별로 궁금하지 않는데 하는 질문이다. 그리고 '왜 걸어서 여행을 하고 싶었나요?' 라고 물어보는 사람은 걷는 이유를 물으려고 한다. 또 이런 종류의 사람들은 여러가지로 분류가 된다. '어떤 볼 것이 있었는가?' 를 묻는 사람은 관심있는 여행정보를 얻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졌고, '살 많이 뺐냐?, 다이어트에 엄청 도움이 되겠다.' 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평소에 본인이 운동을 하고 싶은 열망이 있는 사람들이다. 혹은 나의 뚱뚱함에 관심이 아주 많았거나, 겉모습을 많이 기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분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지만, 나는 집에서 멀어질수록 아주 잘 지낸다.

여러가지 질문들을 받으면서 곰곰히 생각해 봤다. 사실 듣기 매우 불쾌한 질문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왜 하필 걸어서 가느냐, 남는게 뭐냐, 돈 많이 들지 않냐, 준비는 하고 다니냐, 라는 말들이 약간만 잘못 들어도 기분이 나쁘다. 뭐 이유야 어찌됐건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대구의 동부 정류소에 가서 울진행 표를 끊었다. 그리고 바로 삼촌 댁으로 향했다. 대구의 끝자락에 있는 삼촌네 집은 조용한 동네였다. 약간은 북적한 대구에서 벗어난 곳이라 그런지 공기도 좋고 무엇보다 조용한 것이 좋았다. 점심을 얻어 먹고 나른해지는 느낌에 잠이 들었다. 그 나른함은 아마도 편한 느낌에서 온 듯 하다. 그렇게 대구에서의 여정이 끝이났다. 오후 느즈막히 울진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제 강원도에 접어드는 길목에 서있다. 그게 어떤 시련을 나에게 줄지는 상상이 가지 않지만, 아마도 나의 발걸음은 태백산맥 위에 있지만, 그 걸음 걸이는 구름위를 걷는 듯 할 것이다. 이제 최종 목적지인 고성이 머지 않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