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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유부남 이야기

난 이런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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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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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이었을까. 비가 심하게 내리던 한 가을 밤 잠을 뒤척이며 쓸데없는 고민들을 하고 있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난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하는가. 왜 내가 이런 삶을 살고 있는걸까. 내가 사랑해야할 사람은 누구인가. 나를 사랑해 주는 이는 누구인가.

답이 나지 않고 결론도 없는 생각에 종종 잠기곤 했었지만 이날따라 심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창밖을 바라 보았다. 춥디 추워 보이는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차가운 빗줄기 사이로 보이는 희미한 가로등불을 바라 보았다. 무언가 고독해 보이면서도 의미심장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하찮은 사물이지만 나는 내 인생에 대한 추상적인 고민을 잠시 접어두고 가로등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가로등을 한 사람에 비추어 보았다. 가로등은 대단히 외로운 존재이고, 대단히 필요한 존재이지만, 소외되고 별볼일 없는 특이사항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존재한다고 별로 특별할것 없고 아쉬울때 생각나는 그런 존재..

나는 이런 사람이 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없으면 아쉽고 있어도 별로 특이할것 없는 그런 존재... 내가 원하던건 이런것들이 아니었는데..

요새 이런 생각들이 많이 든다. 외모지상주의가 일궈낸 정신병자들이 어마어마 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생각.. 거식증에 빠지는 여성들이나,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는 사람들 그로인해 대인 기피증에 빠지거나 사회에 적응 하지 못하는 일들이 생기고, 성형 열풍이라던가, 사람을 사귀어도 외모에 너무 치중하는 경우가 있다던가...

그러면서 나자신을 되돌아 본다. 나는 어때? 라는 질문에 나는 내 스스로에게 대답을 한다.

나는 말이야, 얼굴도 못생겼고 뚱뚱한데다.. 운동도 못하고 특기도 없어.. 그야말로 무능력한 사람이지.. 의지 박약에... 하여튼 난 못난 사람이야.

그렇다.. 난 한없이 못난 사람이야.. 라고 밤새 생각해본다. 이렇게 잠이오지 않는 밤에는 잔인한 자해의 행위가 계속 되어지고 나는 그속에서 슬퍼하고 아파한다. 또 그속에서 싹트는 사람에 대한 불신, 사랑에 대한 불신.. 점점 스스로를 파괴하는 행위를 일삼는다. 또 외로움에 몸서리 친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 생기고..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고.. 예전에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고 슬픔을 나누고.. 술한잔 기울이며 인생을 이야기 했지만, 이제는 그런 친구들도 없는 외톨이가 되어버렸다. 인생이 무엇이고 성공이 무엇이며 사람은 무엇이고 사랑이 무엇이더냐.. 이런 원초적인 난제들과 홀로 싸우는 양산형 외톨이중에 하나가 되었다.

인생의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이것이 나의 길인가.. 나는 무얼 좋아하고 할 수 있는 사람인가.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성공에 대한 강박관념에 휩싸인다. 넌 우리집의 희망이야, 넌 무슨일이 있어도 성공해야해 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과, 내가 원하는 성공과의 첨예한 대립, 사람을 만남에 있어 상대방에 대한 태도와 상대방의 태도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 또 저사람이 얼마나 나에게 도움을 줄수있는가 이해관계부터 따지려는 마음과 가슴으로 대하려는 마음.. 수많은 사랑의 상처와 상처의 회복, 미련과 애증.. 그리고 또 다른 사랑. 너무 많은 길들에 고민하고 있노라면 스스로 아무 생각 없음을 자처하고 싶을정도로 복잡하고 슬프다.

하지만 나는 가로등 같은 사람을 고수하겠다. 난 당신에게 아쉬운 존재이고 싶다.

나는 그저 튼튼한 철과 전선과 전구로 이루어진 볼품없는 가로등불, 눈에 띄지도 않고 그 누구도 나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습니다. 햇빛이 비치는 낮이면 당신은 나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지만 그래도 나는 괜찮습니다. 당신이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되돌아 올때면, 나는 당신이 가는 그 길을 아무런 말없이 비추고 서있겠습니다. 그래도 당신이 나에게 눈길 조차 주지 않으시겠죠.. 내가 그곳에 서있는것이 당연하니까요. 그런 당신이 밉고 때로는 싫어지겠지만 그래도 나는 당신이 좋습니다. 내가 비추는 그길을 편안하게 걸어주는 것 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