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도보여행 - '경상남도' 편> ④ 거제시 : 바다의 금강산이 있는 곳!

2007. 12. 29. 01:29Hobbies & 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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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 거제시 신현읍
종료 : 부산시 동구 초량동
거리 : 68.42 Km (걸은거리 4.00 Km)


예정대로라면, 오전부터 부산에 도착했겠지만, 어제 저녁에는 아주 뜻 밖의 일이 있었다. 다름아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라는 게임을 통해서 알게 된 형님이 거제도에 사시는데, 게임을 하는 중에서도 자주 거제에 놀러 오라고 말씀하셨었는데, 딱 그 시간에 거제에서 죽치면서 기다리고 있었고, 또 죽치기 위해 들린 피시방에서 게임을 하다가 급 만남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드라마틱한 만남을 통해서 나의 거제 관광이 이루어 졌다.

거제도는 남해나 동영과 마찬가지로 사면이 바다로 둘러 싸인 곳이다. 거제 시 이기 이전에 거제 '도' 라는 이름에서 알수 있듯 섬이다. 때문에 많은 곳에서 손쉽게 바다를 만나 볼 수 있었다. 간만에 머물게 된 가정집에서는 푹 쉴 수 있었고, 형수님의 배려로 따뜻한 방에서 우리집 처럼 편하게 쉴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비롯해서 다시금 감사 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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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가 만들어낸 멋진 계곡의 모습>



형님네 식구들 (형수님과 조카! 그리고 형수님 조카들!) 과 함께 거제 드라이브를 떠났다. 어제 오늘 문명의 혜택(?) 을 이용하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나 때문에 다른 분들까지 걸어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나에게 인심 쓰는 척 차에 올랐지만 그닥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처음으로 들린 곳이, 몽돌로 되어 있는 해수욕장이다. 이 곳에서는 몽돌 해수욕장이라고 불리우는데 보통은 해수욕장이라고 하면 모래 사장이 펼쳐진 곳은 떠올리지만 이곳의 몽돌 해수욕장은 자그마한 자갈들로 이루어진 해수욕장이다. 희안한 돌들이 펼쳐진 해수욕장도 장관이지만, 멀리 보이는 에메랄드 빛 바다와 그림같은 섬들은 역시 감탄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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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돌 해수욕장의 아름다운 모습 ^^>


다음으로는 해금강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해금강은 강을 연상 시키지만, 하지만 섬에 무슨 강이 있겠는가? 머리가 아프겠지만 한자어를 살펴보면, 剛 이라고 쓴다. 보면 강이라는 한자어는 江 이 아니다. 한자어의 의미를 알기 쉽게 풀면, 바다의 금강산 이라는 의미이다. 그 광경이 얼마나 아름답기에 바다의 금강산이라는 표현을 했단 말인가? 기대 반 의심 반 해금강으로 향했다. 해금강을 가는 동안 한려 해상의 아름다운 모습에 넋을 잃고 있었는데, 잠시후 그림같은 장관이 펼쳐 졌다. 구름이 조금 낀 날씨였는데,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바다를 비추어 주었고, 꿈에서나 볼법한 광경이었다.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고 연실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댔지만, 그 자연이 빚어낸 오묘하고 아름다운 색을 인간의 기술로는 담아 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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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해금강의 전경, 클릭해서 보아주세요!>



해금강에서는 많은 인파들을 볼 수 있었다. 바람의 언덕이라는 곳도 있었는데, 바람의 언덕이라는 말 그대로 바람이 엄청 불어 댔다. 계단처럼 보이는 단층을 이루는 섬들과 지형들이 그림처럼 보였다. 여러 곳을 돌아 봤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곳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해금강이라는 이름이 당연하다.

거제도의 명소 몇군데를 돌아보고는 다시 거제 시내로 돌아가는 동안 이제는 현대 문명이 남긴 명소들을 둘러 보기 시작했다. 충무공의 해전의 기록이 남아있는 옥포에서는 거제시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대우 조선 해양의 조선소의 모습을 보았다. 거제시내에서 본 삼성조선소도 엄청나게 크다는 느낌이었지만, 대우 조선 해양의 조선소는 거의 광양 제철소 정도는 되어 보였다. 조선소에는 여지까지의 스케일의 틀을 깨는 크기의 배들이 많이 건조중이고 수리중이었고, 우리나라의 조선 산업의 살아있는 현장의 느낌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조선소에서 일하시는 형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내로 돌아오면서, 이제 오후 6시면 부산행 배를 타야 하기에, 아쉽지만 잠깐의 거제 여행을 마무리 했다. 모두 둘러보지는 않았지만, 거제도에 대해서 푹 빠져 버리고 말았다. 전라남도 순천에서의 감동과 경상남도 거제에서의 감동.. 그리고 또 이번에는 어떤 곳에서 이런 감동을 받게 될지 앞으로의 여행들이 더 기대가 되는 순간이었다.

오후 6시, 거제에 있는 동안 많은 도움을 주셨던, 형님과 아쉬운 인사를 하고, 부산으로 가는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처음 가는 부산, 처음 타는 여객선 여러가지고 처음 하는 일들이 많아서 많이 스스로에게 실망 스러운 점이 많았다. 그 동안 많은 시간들이 많았지만, 여러가지로 경험하지 않았던 게으름에 대한 실망이나, 편한 것만 추구 하다보니 진정한 보람을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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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통영을 떠나며, 처음으로 쾌속 여객선이라는 것을 타보다>


부산으로 향하는 여객선이 출발했다, 출발 한 직후 선원 한분이 입을 열었다.

"오늘 풍랑주의보가 내려서 약 30분 후에는 배가 많이 흔들리니께네, 아들 뭐 맥이지 말고, 일찍 잠들 주무이소."

야매로 배운 사투리를 해석을 하면, 풍랑주의보때문에 30분 후에는 배가 많이 흔들리니까, 아이들 먹을 것 먹이지 말고 일찍들 잠을 자라는 의미이다. 이제 사투리 같지 않고 경상도 말 같다. 알아 듣는게 생각보다 많이 힘들다. 경상도 말을 알아 들었다는 것도 잠시, 여객선 내부에 있는 TV에서 나오는 뉴스 속의 앵커는 태안 앞마다 기름 유출 사고, 여수 앞 바다 화학물 운반선 침몰 사건, 화물선 고장 사건 등, 선박 사고에 대한 뉴스를 마구 내보내고 있었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풍랑 주의보 인것이 이상 했다.

약간의 기대를 하면서 기다렸지만 30분이 채 못되어 잠이 들었다. 하지만 잠이 든지 10여분도 안되서, 바이킹에 오른듯한 느낌에 잠에서 급하게 깼다. 그야말로 배가 위아래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창밖으로는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바닷물이 오르고 내리는 모습이 환상인지 정말인지 보이기 시작한다. 슬슬 불안해 지기 시작했고, 배에 있던 승객들은 잠에서 하나 둘씩 깨더니만 모두들 굉장히 긴장한 모습이었다. 약 30분쯤의 공포가 계속 되고는 그 후에는 요동치던 배가 잠잠해 지고, 창 밖으로는 밝은 불빛들이 보였다. 부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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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서야 부산에 도착했고, 처음 만난 부산 야경의 모습>


한시간 정도 걸려 부산 연안 여객 터미널에 도착했다. 많은 여객선들과 화물선들이 정박되어 있었고, 부산은 생각 했던것과 마찬가지로 그 규모는 서울과 흡사했다. 고층의 건물들이 가장 먼저 나를 환영해 주었다.

많은 버스 노선들과 많은 사람들, 그리고 많은 불빛과 많은 건물들 속에서 약간은 답답한 느낌을 받았다. 도시에서 벗어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결국은 이런 도시를 자꾸 찾게 된다. 부산에 도착해 보니 시간이 굉장히 늦었다. 똑같은 도시이지만, 나에게는 엄청 그 느낌은 달랐다. 먼저, 낯선 도시는 도시가 아니라 미로였다. 지도도 보기 어렵고, 찾아가는 것도 마찬가지로 쉽지 않았다. 그렇게 미로속에서 밤을 맞이 했고, 그렇게 미로에서 잠시 쉬었다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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