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erty. by independentman |
미쳤다. 고등학교 1학년 2학년 시절.. 지금으로부터 약 10여년전 무지하게 말 안듣던 시기.. 나는 잘 몰라도 우리 어머니는 잘 알고 계시겠지.. 이런 사춘기가 또왔다고 하니.. 스물 일곱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고 지나간 세월에 미안하기까지 하다. 월 초에 많은 소식들이 들려왔다. 학교 소식, 친구 소식 그리고 회사 소식.. 소식인지 소문인지 하는 정보들 덕분에 뒤숭숭해진 내 머리속이 답답하기까지 하다.
결혼한다는 친구... 후배.. 그리고 내가 그토록 가고 싶었던 회사에 입사했다는 학교 후배.. 그리고 점점 알면 알수록 우울해지는 나의 직장생활.. 학생의 신분을 벗어난지 1년이 겨우 넘었다. 그래서인지 까만 밤하늘을 쳐다보며 퇴근하는 지하철 2호선 당산역에서 합정사이의 철교를 지날때면 세상의 시름에 한숨짓곤 한다. 웃음보다는 눈물이 핑 도는 감성이 풍부해지면서 삶은 고단하고 일하는 순간 순간이 힘들었다.
약 이틀에 걸쳐서 이 글을 쓴다. 위에는 수요일.. 지금부터는 목요일.. 어제는 여자친구와의 700일 기념일이었다. 복잡한 도심속에 오아시스 같은 곳을 찾았고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둘만의 조용한 시간을 가졌다. 따뜻한 차와 맛있는 케익을 나누는 다소 고급스러운 장소였다.
'더 즐거운 얘기를 해야할텐데...' 대화를 나누는 시종일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여자친구의 그날의 주제는 '시작' 이었다. 좋은 조건의 회사에 소개 받아 일을 시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진로 문제로 걱정이 많은 요즘이었는데 그동안 인덕을 쌓아놓은 결과임을 반영하듯 지난 직장의 지인의 추천으로 어려운 와중에도 좋은 직장에서 일할수 있게 되었다. 나의 그날의 주제는 '끝' 이었다. 며칠간 참아왔던 울분을 토해내듯 우리가 대화하는 테이블에 조목조목 나의 불만들을 늘어놓았다. 축하에 흥을 더했으면 하는데 그날은 내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미안하다.
지금의 처지에 불만을 늘어놓을수록 더욱 투명하게 들어나는건 나의 성격문제였다. 현실에 만족할줄 모르고 앞만보는 성급함과 뒤도 돌아보고 옆도 살펴보는 통찰력이 결여된 모습.. 수천년 역사속에서의 인간의 추악한 욕심을 오늘날에 반영이나 하듯 내 모습은 나에게 맞는 좋은 뼈다귀를 물고 있는 개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짖어 가진것 마져도 잃어버리는 꼴 이었다. 그렇게 스스로가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또 그들과 융화되지 못함을 꼭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게 부끄러웠다.
그렇게 나를 반성하는가 싶더니 집에 가서는 어머니께 또 한번 '끝' 을 말했다. 어머니와 나랑은 나이차이가 26살 차이가 난다. 저 햇수는 내가 학생으로 살아온 햇수와 거의 일치한다. 어머니에게 나는 지금의 나이는 딱 두살정도 된다. 사회의 거센 바람 속에서 살아온 세월이 만으로 딱 1년이 된 갓난아이같은 존재.. 그렇게 그날 저녁 울어대는 소리에 마음이 편하셨을까? 말로는 다시 한번 더 잘 생각해보라고 하셨겠지만 표정으로는 이미 알수 있었다. '끝' 을 말하는 나보다 더 마음아프고 힘드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결국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마음이 편치는 않다. 애초에 조언을 구했던 모습과는 다르게 불만을 이야기 하던 나에게는 저 한마디 말만 듣고 싶었다. 그런데 저 이야기를 듣고 나니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금요일이 지나면 더 확실해 지겠지만.. 난 금요일에 모든걸 걸어볼 작정이다. 앞서 말했듯이 난 앞만 보며 살아왔고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것이다. 내 고등학교 생활에 '재수' 는 없고 내 대학교 생활에 '휴학' 은 없다. 이제 내 사회생활에 '공백' 은 없다. 다만 계속적으로 나를 채찍질 하고 단련시킬 뿐이다.
여태까지는 '끝' 을 말해왔지만 이젠 '시작' 을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