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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이야기

첫번째 퇴직과 두번째 취직


처음 이 소식을 접할때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한 것 처럼 담담한 마음이었다. 이후 일주일이 넘은 시간이 지난 이후의 기분은 뭔가 붕 떠있고 한마디로 말해서 시원 섭섭하다. 1년이 넘도록 일했던 직장에서의 아쉬운 직장생활도 남아있지만 한편으로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이질적인 회사문화에 순응 하려고 하는 나의 약한 모습을 깨버린 '시원한' 결정 이기도 했다.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거 같이 하루하루가 즐겁고 설레였다. 그 전의 모습이라고 한다면 비단 직장인이라서가 아니라 새벽같이 출근해서 해가 다져서 달이 뜰때까지 일하고 또 잠이 들고 하는 쳇바퀴라기보다는 '내 생활이 없는' 삶에 정말 힘들어했다. 정말.. 회사일을 열심히 하면서 좋은 경험을 쌓고 싶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 내가 원하는 그런 상황이 오지 않았고 결국은 이렇게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하였다.

내가 회사를 옮기게 된 이유를 나름 정리를 해보았다.

1. Role 모델의 부재
2. 회사 문화에 적응하지 못함
3. 자기 발전의 시간을 가질 수 없음
4. 회사가 개인의 교육에 상당히 인색함
5. 급여에서 오는 상대적인 박탈감
6. 동료들과의 약간의 갈등과 아쉬움


이렇게 여섯가지 정도로 추측이 되었다. 그중 가장 문제가 됐던 부분은 1번과 4번 그리고 하나를 더 꼽자면 6번이었다. 현재에 대한 만족도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더군다나 인내 끝에 찾아올 미래를 상상하면 더더욱 이 자리에 있는게 옳지 않았다. 나는 지극히 이해타산적인 사람이기에 1년이 넘어서야 이걸 알았다는 점에서 나에게 먼저 실망했다.. 2010년 5월에 접어들고 위에 문제삼았던 문제점들을 해소하고자 이직을 선택한것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궁금해 진다.

내 젊은 날의 실수담에 대한 기록이기에 이직한 이유를 낱낱히 적어보려고 한다.

1. Role 모델의 부재
- IT를 접할때 치열한 고수들 속에서 열심히 배웠다. 평일 저녁, 주말을 마다하지 않고 스터디에 매진하고 강의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다가 이전 직장에서의 안일주의와 나태한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도 그렇게 변해갔다. 학생시절 마흔살이 넘고 아이가 중학생인 분도 주말마다 나와서 나와 함께 스터디를 했던 모습이 너무 귀감이 됐었는데.. 이곳에선 나의 실력이 한없이 모자라고 약해보인다는 기분을 느낀적이 없다.
 
 오랜만에 만난 학교 선배가 이런말을 했다. 본인의 직장에서는 배우려는 분위기가 전혀 없고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 스터디를 하고 실제 업무에 적용해보자고 하면 '검증 안됐음' 이라는 말과 함께 내치기 일쑤라고 했다. 그곳에선 '검증안됨' 이라기 보단 '언젠가는' 이라는 말로 무마시켰고 실제로 신기술에 대해서 '너가 하면 내가 생각해볼게' 가 많았다. 때문에 누구의 모습을 보고 나의 미래의 모습을 그렸다간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의 모습의 될거 같아서 차마 Role 모델을 정해보지도 않았다.

2. 회사 문화에 적응하지 못함
- 회사의 문화를 한마디로 정의 하자면 '희생' 이다. 조직원의 구성이 경영자(임원이나 본부장), 관리자(부장,팀장), 책임자(차장, 과장), 실무자(대리, 사원) 이런 식으로 되어있다고 치면 조직원의 구성이 일단 오늘날의 고령화가 된 우리 사회의 모습과 비슷하다. 경영자 10%, 관리자 20%, 책임자 50%, 실무자 20% 정도로 이루어져 있는 종형(인구분포도의)의 모습을 그렸다. 그러다보니 Plan 은 많지만 Action이 전혀 없는 조직이었고 당연히 '사원이니까', '젊으니까' 라는 이유로 실무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모습이 됐다. 이유야 어쨌든 나는 합리적이므로 그런 이유따위는 용납이 안됐고 설령 하는 시늉을 하더라도 마음속으로는 이미 육두문자가 난무한다.

 처음에는 회사 문화가 다 이런건가? 하는 생각과 함께 나는 사회 부적격자 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회사의 임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부적격인게 아니라 이 회사 문화가 나에게 안맞는것이다 라고 마음을 바꿨다. IT는 모른다고 관심도 없고 듣지도 않는 임원과 사리사욕과 야욕을 채우기위해 직원들을 개취급(정말이다)하며 깡패같은 임원, 그리고 전산실에서 개인적인 일을 위한 인터넷 예약을 직원들에게 '당연히 해야하는 일' 처럼 시키는 파렴치한 임원.. 좋은 회사 문화다. 임원시켜주면 다시 이 회사로 돌아가겠다.

3. 자기 발전의 시간을 가질 수 없음
- 새벽 6시에 일어나서 8시 30분 까지 출근, 출근시간은 9시 인데 말이다. 퇴근시간은 6시인데 보통은 6시 30분이나 7시가 넘어서 하게 된다. 가끔은 깡패같은 임원이 8시에 와서 호통쳤다고 8시까지 출근하라고 할때도 있다. 집에가면 오후 9시 10시이다. 6시에 일어나려면 일찍 자야한다. 하고 싶은 일과 취미생활은 주말까지 참아야 한다. 이건 솔직히 말하면 내가 대놓고 지키지 않은 것도 있다. 몸에 익으니 그닥 부담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4. 회사가 개인의 교육에 상당히 인색함
 
- 요기 광고에서 보는 모습하고 교육하고 똑같다.
회사 : "우리는 개인당 교육비로 1년에 xx만원씩 수강 가능합니다."

나 : "무슨 교육을 받아야 되죠?"
직원A : "저도 교육좀 해야되는데요.. 전 바쁘니까 못가요."
직원B : "이건 교육비가 너무 비싸네~ 전 공짜 교육이나 싼거만 갈테니까 아무거나 가세여~"
직원C : "난 교육기간이 하루짜리이거나 반일인게 좋더라~ 너무 가면 '업무공백' 생기니까 ^_^"

나 : "제가 세미나 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하죠"
직원A : "이건 유료 세미나니까 한번 얘기해봐요.. 안될거 같지만"
직원B : "이건 하루종일 듣는 세미나네? 그럼 좀 어려울거 같은데"
직원C : "이게 회사에 도움이 되는건가? 회사에서 쓸만한걸 듣는게 좋을거 같은데"

5. 급여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
- 메이져 계열사 평균 급여와 마이너 계열사 평균 급여가 2배 가까이 차이난다. 말이 필요 없다.

6. 동료들과의 갈등이 아쉬움
- 이건 내 개인적이 약점에서 부터 비롯된다. 평소에 상처받는 말을 들으면 아주 오래 지속이 되고 그 사람에게 엄청난 반감을 갖게 된다. 그리고 나도 똑같은 남자지만 난 마초적인 농담과 음담패설을 상당히 싫어하고 하지도 않는다. 나와 갈등을 일으키는 이는 그런 농담을 나에게 아무렇지 않게 해댔다. 나의 사수와는 기술적으로도 업무적으로도 인간성과 관심사 모든 것들이 평행선을 그리는 사이였다. 접점이 하나도 없어서 소가 닭보듯 닭이 소보듯 한다.


이렇게 회사를 다니면서 나에게 있는 문제와 회사에서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모두 경험했다. 두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지만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이로서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안목을 가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회사의 개개인들은 전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 조직안에서의 모습은 분명 다르다고 생각한다.

결국 여러가지 이유로 중이 절을 떠난다. 새로운 곳에 또 나의 이상과 회사에 기대하는 마음을 품고 정착을 하려고 한다. 이제는 좀 스스로의 모습도 되돌아 보고 좋은 회사생활을 하도록 적극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크다. 지난 날에 대한 모습들은 그냥 과거의 모습으로 날려버리고 좀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내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 움직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