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30대 유부남 이야기

또 한번의 퇴사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2010년 이곳에서 두번째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어디가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직장이 생겨서 기뻤다. 그 전 직장은 뭔가 복잡한 느낌이었기에 쉽게 다른 이들에게 이야기 하지 못했었는데 말이다. 사실 채권 추심이라는 것이 생소하기도 하고 이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이야기 해주면 종종 길거리에서 보는 "미수금 받아드립니다." 이런 느낌의 직장이었기 때문에 안좋은 이미지를 먹고 가는게 사실이었다. 채권 추심이라는 일을 하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오해를 받아서 좀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게임 회사에 다녀" 라고 말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현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이야기를 하기 쉽지가 않았다. "바다이야기" 같은 사행성 게임들이 유행하면서 생기며 인식이 좋아지지 않기도 하고, 이제는 국가가 게임을 마약으로 규정하고 규제하고 통제하는 시대가 도래하는 바람에 이 게임업계에 있다는 것이 편치 않은 것이었다. 물론 이 게임회사의 구성원이지만 게임과 그렇게 큰 연관은 없는 일을 하지만 말이다.


 이제 또 한번의 퇴사를 하게 되었다. 사실 차 타고 15분정도면 도착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언제든 휴가를 쓸 수 있고 편안하게 일할 수 있었던.. 일터였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누릴 수 없는 상황이 오게 되었다. 내 발로 회사가 질려서 나가버리는 것이라면 이렇게 공허함을 느끼지 않을텐데... 회사는 과감히 희망퇴직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물론 바람을 잡기 위해서 권고사직이라는 이야기를 사전에 들판에 부는 바람에 실어 보냈지만 이는 언론이 한발 빨리 알아채는 바람에 희망퇴직으로 바꾸게 되었다. 그 희망 퇴직이라는 것이 정작 전선에 서서 싸워 패배한 패잔병들과 그들의 지도자가 드는 독배가 아니라 애꿏은 후방 지원 부서가 받는 독배라 더욱 안타깝고 서러웠을까? 이런 소식을 듣고 단번에 희망퇴직을 신청하게 되었다.


 우리 게임회사의 기술조직은 2011년 부터 갈갈이 찢겨져 나가기 시작하였다. 과거 1999~2000년대 초반의 벤처 바람이 불 시절의 IT 기업은 대부분이 기술력이 지탱하여 이끌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초한지에 나오는 사자성어인 "토사구팽" 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그렇게 추운 겨울 회사 밖으로 내쳐 지게 됐다. 나는 아주 초짜 기술자 이지만 기술력과 관계 없이 멀리 보고 분위기를 파악하고 사람들을 볼줄 안다. 기술자들의 보통은 내가 좋은 일을 하면 다른것은 크게 개의치 않는 경향이 있는데 게임회사에서의 그런 사람들의 비중이 커서 흔히 사회생활에서 말하는 정치가 잘 안되는게 사실이다. 그래도 위태위태하게 조직을 끌어왔지만 결국은 그마저도 몇몇 사건에 의해서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이런 분위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지만 우리 스스로는 아니라고 말했던 것 같다.


 그날 이 후 나는 엄마들로 부터 청년까지 이르러서 찬양 되어지는 이 "정규직" 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망하고 무의미 한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래서 인지 소속감이라는거 별로 좋은게 아니다 싶은 생각이 가득하다. 소속감 없어도 되니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눈치 안보고 정치 안하며 가슴속의 비수를 숨기고 누구를 만나는 그런 조직생활이 아니라 가슴과 가슴이 맞닿아 진심으로 대하는 인간관계를 만드는 그런 조직에서 일하고 싶다.


이런 곳이 없지만 말이다. 아니면 내가 만들던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