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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유부남 이야기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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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쓴맛을 한꺼번에 맛보다
  • 잘 다니던 직장에서 희망 퇴직을 했다. 여러 가지 충족되지 않는 점들도 분명 있었지만 나에 대한 평가가 절하되는 것이 싫어서 제발로 나왔다. 가끔 왜 나온거지 싶을때도 있지만 어쩌면 주저 앉았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만 두었다.
  • SI 라는 일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현실을 냉담하기 짝이 없고 인스턴트식 조직이 꾸려지다보니 사람냄새가 나지 않아 심적으로 부담이 컸다. 아는 사람의 손에 이끌려 왔지만 결국은 급여도 밀리고 굉장히 귀찮은 존재 취급을 받게 되었다. 급여, 근무 환경, 사람, 면접 기타 등등 모든 것이 다 불확실 한데 내 인생의 일부를 걸어달라는 부탁을 완강히 거절. 그렇게 다시 6월부터 백수가 되었다.
  • 모 회사에 면접을 봤다. 내 업무 영역과 많이 다르지만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하지만 자세히는 모르는 이야기를 주절댔다. Refactoring 이며 Agile 이며 Jira 며 Confluence 며 XP 라는 개발 방법론을 실천하기 위한 각종 툴과 근래 트랜드에 맞는 신종 기술들에 대한 질문을 해댔다. 대부분 대답하지 않았고 그럴 수도 없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다

  • 면접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질문을 했다. 앞으로 엔지니어로 살아가는데 무엇이 필요할까 이야기를 해달라고. 면접관이 말했다 "T자 혹은 π 형 인재가 되는걸 목표로 하는 것이 좋겠다" 고 다시 말해서 나를 만나보니 넓지만 깊이가 없다는게 그의 대답. 반박할 말은 없었다. 사실을 이야기 했으니까.
  •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불합격 메일을 받았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고 예전에도 한번 이런적이 있었지 하고 떠올렸다. 하지만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다만 안타까운건 건설 현장에서 목수 일만 하던사람이 미장이 한테 왜 미장이 질 하는걸 모르냐고 궁금해 하는것 같았다. 내 이력서를 중간에 낚아채서 다른 파트에서 면접을 보게 만들어 두고 불러다가 시간 뺏고 기분까지 상하게 했다. 면접이 망해서가 아니라 그 팀에 적합하지 않다는걸 깨달았지만 내가 어필한 내 경력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게 불만인거다.
  • 그렇게 폭풍같은 반나절이 끝났지만 "그게 정답인거 같아요?" 라는 말이 계속 머리에 맴돈다. 왜 자꾸 저런 질문을 해댈까? 틀렸다면 틀렸다고 해라.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배려나 존중을 받은 느낌은 안든다.
  • 계속 꾸시렁 대고 싶다. 분이 안풀렸나보다. 


그래도 절망 중 희망은 있더라

  • 집에 돌아왔고 언제나 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 부모님도 있고 이제 아내가 될 사람도 있고, 여러가지로 밥값을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희망이 있다.
  • 앞으로 더 많은 면접이 남았다. 기죽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