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3. 09:54ㆍHobbies & Tour
전기차를 처음 리뷰하는 김에 타게 된 EV6
이날 EV6를 시승할 목적은 아니었지만, 카셰어링으로 EV6를 짧게 빌려 타게 되었다. 원래는 레이나 캐스퍼를 잠깐 타려고 했었는데 아쉽게도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는 EV6 뿐이라서 어쩔 수 없이 이걸 타게 되었다. 반나절 정도를 타본 소감은 생각보다 너무 괜찮다는 점, 종합적으로 괜찮은 편이었다. 이 차는 자가용도 아니었고 약 7만 킬로 정도 주행한 오래된 차였지만 전반적으로 승차감이 상당히 좋았다. 이런 인상을 받은 후에 EV3를 리뷰하게 되었으니 EV3에게는 악재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외관 디자인 : 어떤 장르의 차라고 불러야 할까?
전반적인 외형은 잘 달릴것 처럼 보이는 모양이지만 어떤 장르라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는 그런 모양새이다. 크로스오버라고 이야기하는 편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 차는 세단보다는 껑충하고 SUV보다는 낮아서 두 장르 간의 적절한 장단점들이 뒤섞인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시트를 세워 앉아도 천장에 머리가 닿지 않을 정도로 전고가 있는 편이지만 또 트렁크의 형태를 보면 그리 높지는 않다. 게다가 루프에서 트렁크까지 뚝떨어지는 각도로 되어있어서 짐을 많이 싣기에는 유용한 형태는 아닌 듯했다. 하지만 BMW GT와 비슷한 형태로 생긴 모습에 후측면에서 보이는 모양이 딱 내 취향이었다.
이 차가 판매되기 시작한게 2021년 임을 감안하더라도 꽤 진보된 디자인을 하고 있으며 특히나 플러싱타입의 도어핸들이나 범퍼의 모양이 지금의 것들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세련된 모습이다. 전기차 디자인의 시작인 EV6를 기준으로 이후의 전기차들의 디자인 포인트들을 살펴보게 될 것 같다.
실내 디자인 : 심플한 디자인, 호불호가 있는 공조기 버튼
처음에 저 모양의 핸들을 보았을때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보는 것과 사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이었다. 생각보다 사용성이 좋은 편이고 버튼의 배치도 직관적이었다. 가끔 이런 것들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차들을 타보면 이게 얼마나 디테일한지를 알게 된다. 일종의 역체감이라고 해야 할까 싶다.
두 개의 디스플레이를 사용했지만 일체감있는 형태로 하나인 것 같이 준비된 파노라믹 디스플레이와 터치 방식으로 동작하는 공조기가 독특한 포인트이다. 그중에 파노라믹 디스플레이는 호평을 많이 받아서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지만 아래 처리 방식의 디스플레이는 조작이 그다지 직관적이지는 않다. 그렇다고 크게 불편한 것은 아니라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V6에서 아쉬운 것들은 다이얼식 변속기와 센터 콘솔의 부피가 엄청나다는 것. 센터 콘솔이 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어서 1열 공간이 비좁은 느낌이 들고 특별히 저렇게 넓은 공간을 차지할 필요가 있나 싶다. 다이얼식 변속기는 기아의 고유의 변속기 조작 방식인데 EV3에서 사용했던 것과 같이 이제부터는 컬럼식 변속기로 변경하여 탑승자에게 더 많은 공간을 제공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이 당시 시승 했던 차량은 EV6 에어 트림으로 추정이 되는데도 전반적인 옵션과 사양이 충분해서 운전하는데 아쉬움이 없었다. 막상 견적을 낼때는 풀옵션을 향해 내달리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이 정도만 되어도 운전하는데 지장이 없는데 말이다. 역시 체감하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이다.
EV6, 이름값을 제대로 합니다
EV3보다 숫자가 무려 3이나 더 큰 EV6는 아무리 EV3가 최근에 나온 모델이지만 명확하게 '급'의 차이를 보여주는 듯 했다. 공간이나 차체의 크기뿐만 아니라 주행 소음이나 승차감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겠으나 전반적으로 그리고 가성비의 측면에서도 EV3 보다 좋게 느껴지는 이유는 왜 인지 알 수 없다. 이 부분은 합리적이지는 않지만 패밀리카에 포커싱을 하는 내 입장에서는 이렇다. 싱글라이프를 즐긴다면 오히려 캐스퍼 일렉트릭 쪽이 더 좋은 선택이 되고 패밀리카(다인 승차 환경) 라면 EV6 쪽이 더 나은 것 같다.
내연기관만 쭉 타던 내 자동차 생활에서 전기차는 확실히 쉽지는 않은 장르이다. 왜냐하면 회생제동 때문인데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는 다르게 보통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전기 충전을 위해 브레이크가 걸린듯한 느낌과 함께 묘한 울컥임을 제공한다. 이 브레이크 걸림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는 있지만 단기간 내에 적당한 지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고 적응이 필요해 보였다. 단순히 전기차로 넘어가는 것이 차를 바꾸는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는 점이다. 아주 조금의 전기차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이 차의 출시 연도에 비해 4년이 지난 지금은 그 때 보다 더 훌륭한 전기차 인프라를 갖추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들 전기차를 시기상조라고 이야기하지만 나 같은 내연기관만 바라보는 사람도 막상 체험해 보면 그 생각이 달라진다. 잘 만들어져 있고 오히려 내연기관차 보다 뛰어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아직도 전기차를 체험해보지 못한 분이 계시다면 꼭 한 번 시간을 내서 타보시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