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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이야기

내 이름은 김삼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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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딱딱 해졌으면 좋겠어... 딱딱했으면.... "

저는 TV라고는 뉴스밖에 안 보는 사람입니다. 원래 드라마 따위에는 흥미를 느끼지 않고, 드라마는 여성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 일종의 상술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만.. 뭔가 상식을 뒤엎는 재미있는 드라마들도 많았습니다. 주로 사극을 위주로 봤었지만... 저에게 있어서 '내 이름은 김삼순' 이라는 드라마는 제 기억에 아주아주 오래 남는 드라마 입니다. 원래 김선아라는 연예인의 캐릭터를 굉장히 좋아했지만, 극중에서의 삼순이는 제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드라마에 몰입하게 되었는지도 모르죠..

원래 어떤 여자 연예인을 좋아하냐? 라고 물어보면 저는 단번에 말했었습니다. "장진영이요!" 영화 싱글즈에서 나오는 캐릭터가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평소에 좋아하는 짧은 머리인데다가.. 여러가지 요소들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지만 삼순이를 보고 나서는 지금은 "김선아요!" 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합니다.

고집이 쎄지만, 자기 프라이드가 있는 사람. 내 일에는 철저한 영역이 있는 사람. 또 눈물이 많고 솔직한 사람. 적당히 내숭떠는 귀여움.. 상대방을 배려 할줄 아는 인내심.. 극중 삼순이는 제 혼을 쏙 빼놓을 만큼 멋진 여자였습니다.

이 드라마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나서 저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꼽을 수 있는 명대사라고 한다면 위에 남겨 놓았듯이 심장이 딱딱해 졌으면 좋겠다.. 술을 마시면서 돌아가신 아버지와 이야기 하는 삼순이의 모습을 보면서 어찌나 가슴이 아프고 공감이 가던지.. 나도 이제 심장이 딱딱해졌으면 좋겠다. 이제 누구한테도 상처 받지 않고 상처주지 않으면서 살거라고... 이렇게 다짐했었습니다.

사람이란건 말이죠.. 가슴이 뛰는 사람이기에.. 어느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고, 또 그 사람으로 하여금 기쁘게 되고 또 슬프게 되고하지요. 기쁠때는 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살아있다는게 너무 행복해.." 하지만 슬플때에는 극중 대사처럼.. 차라리 감정이 없는 냉랭한 나였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행복감을 느낄때보다 좌절감과 슬픔을 느낄때 더 아프고 더 슬픕니다.

그렇게 심장이 딱딱하게 되고싶다, 아프다.. 슬프다.. 반복하면서 또 다시 다른 사랑을 찾고, 또 사랑에 빠지게 되는게 그것이 사람인거 같습니다. 저 역시 심장이 딱딱해 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금세 사라지게 되더군요. 그 이후로 여러가지 일들을 겪었고 아프고 힘들고 가슴아프고 어느때는 이불 뒤집어 쓰고 엉엉 울고 싶은 때도 있었지만, 그게 전부라고 생각치 않고 열심히 하루를 또 살아 갔습니다.

"언젠간 나와 딱 맞는 사람이 나타나겠지..."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지내온 나날들이었지만 글쎄요.... 나와 딱 맞는 사람이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만나는 사람마다.. 이런건 달라 또 이건 맞지 않아.. 얘는 왜그럴까.... 그렇게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들로 가득했고 또 그럴때마다 그런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점점 절망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웹서핑을 신나게 하던 도중.. 이런 카툰을 만났습니다. (출처 : sadjunu 님의 카툰)


그랬습니다. 어디에 나와 맞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은 티 없이 맑은 날 길가다가 벼락맞을 확률과 비슷한거지요. 진짜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한다면 그사람에게 맞추어 가는것이 그게 사랑이라 할 수 있고, 또 그런 희생이 있어야 그걸 사랑이라 부를 수 있겠죠, 서로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사랑할 수 있지만, 그게 오래 유지 될것 같지 않습니다.

삼순이에서 이런 대사가 있더군요.

'사랑은 말이지 희생이 있어야 진정한 사랑을 한거야...'


왜 이런 대사는 기억 하지 못할까요. 오늘 아는 분의 블로그를 통해서 나쁜놈의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냥 나쁜 사람이다라고 하기에는 너무 추상적이었는데. '나 뿐인놈' 을 나쁜놈이라고 한다더군요. 우리는 나뿐인 나를 버릴때 그게 진실로 아름다운지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나뿐임을 포기할 때 그게 진정 좋은 사람이 아닐까 싶네요. 이걸 알고 있었다면.. 글쎄요.. 더 멋진 삶을 살 수 있었을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극중에서도 처음에는 김삼순이라는 캐릭터와 현진헌이라는 캐릭터는 정말 코드가 전혀 맞지 않습니다. 어쩌면 안맞는것이 당연한 듯 보이는 캐릭터가 서로에게 적응해가고 또 서로의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하는 내용들에 대해서 묻지 않는 계약 연애의 조건이라던가 이런걸 보면, 서로에 대해서 배려하고 또 희생하는 것을 엿볼수 있습니다. 결국은 두 사람이 연인이 되는 엔딩으로 막을 내리게 되지요.

지금 저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맞추어 살고 싶습니다. 그렇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랑의 길이가 그렇게 중요할까요? 서로 끝없이 맞추어가는 사랑의 깊이가 길이보다는 훨씬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 좋아하는 감정을 가졌던 지난 사람들을 기억하며 나에게 되묻습니다. '너 정말 좋아하기는 했니?'

글쎄.. 나도 상대방도 서로를 이해하거나 서로 배려 하지 않았던것을 기억하면 정말 좋아했었다고 대답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희생과 배려를 겪은 후에 말이죠.

"정말 좋아했었다, 아니 좋아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