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도보여행 - '경상북도' 편> ① 경주시 : 가장 살고 싶은 경주? 관광 경주!

2007. 12. 30. 22:03Hobbies & 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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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의 놀라움도 잠깐, 일찍이 울산을 떠났다.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머 비가 오는 도보를 한건 이미 광양에서 남해군으로 떠날때도 해봤었기 때문에, 비가 오는 것쯤은 별로 문제가 될것이 없었다. 아침일찍 나선것은 경주는 생각보다 울산에서 거리가 꽤 되기 때문이었다.

울산 거리를 나와서 걷기 시작하자 빗방울 약간 거세졌다. 울산 공업탑 근방에서 벗어나서, 번영로라는 거리를 걸었다. 왕복 4차선의 넓은 도로와 함께 부산에서 본것같은 고층건물들의 향연이 벌어졌다. 낯익은 경치가 스리 반갑지 만은 않았다. 아침부터 이리저리 움직이는 차들을 보면서 갑갑함을 느꼈다. 가장 먼저 관광안내소가 있는 고속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그곳에는 백화점이 자리잡고 있었고, 재미있는건 한 영화관 건물에는 관람차가 달려 있었다. 여지껏 보지 못한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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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을 벗어나면 벗어날수록 주거단지가 많아진다. 울산은 가운데 도심을 중심으로 남동쪽에는 공업 단지가, 북서쪽으로는 대체로 주거단지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니 경주로 향하는 북쪽 방향에는 점점 아파트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교적 서울보다 땅이 넓은데, 왜 아파트에 사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아파트가 고급 주거 문화인 우리나라가 왠지 이상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울산광역시와 안녕을 고하는 이정표가 나타남과 동시에 느낀건 아까 가랑비 같이 오던 빗줄기가 소나기에 가깝게 오고 있었다. 걸으면서 듣는 울산 라디오에서는 가는 비가 오고 있다고 하는데 대체 아나운서의 가는비의 기준이 뭔지 알 수가 없다.

다행히 방수가 되는 옷과, 신발과, 가방을 메고있어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지만, 남해에서 맞던 빗줄기와는 스케일이 달랐는지, 유일하게 노출된 부분중에 방수가 안되는 바지가 조금씩 젖고 있었지만, 계속 무던히 갔다. 시작할때의 경주와의 거리가 41Km 였지만, 경주와의 거리가 이제는 21Km 이다. 오후 1시가 다된 시간이었지만, 절반정도 온 셈이다. 안경에는 빗방울이 맺히고, 점점 몸은 젖어 무거워져 갔다.

정면에서 오는 트럭들은 고여있는 물을 튀어 나에게로 물총처럼 쏴댔고 그럴때 마다 내 입에서는 욕설을 쏴댔다. 점점 걷는것이 짜증이 났지만, 어쩔 수 있겠는가? 내 다리가 곧 재산이다. 그저 내 체력과 내 의지를 믿는 수 밖에 없었다. 걷고 걷고 또 걸었다. 이제 보름에 가까운 시간을 걸으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걷는 동안에는 아무 생강이 나지 않고 그저 걷는것에만 충실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아침에 걷기 시작하면, 아무 생각도 없고 금새 어둠이 찾아온다, 그게 내 주간 생활의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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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벌써 불국사 앞에 다다랐다. 불국사 앞은 비가 와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예상대로 썰렁했다. 불국사 앞에서 1박을 할 생각으로 왔다. 비가 올수록 몸이 점점 추워졌지만, 꾹 참고 불국사까지 계속 걸었다. 불국사 앞에는 많은 숙소들이 있었다. 여러 숙소에서 흥정을 해보았다. 터무니 없이 숙박비가 비싸다. 너무 한 이야기 일 수 있지만, 칼만 안들었지 완전 날강도다. 시설도 개판이고, 위생상태도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다. 나름대로 천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경주이고, 세계 문화 유산에 등록된 불국사 인데, 그 명성에 알맞게 불국사 앞의 상 행위 역시도 세계 바가지 유산에 등록될 수 있는 수준이다. 잔뜩 화가 난 나는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시내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갔다.

몸은 비에 홀딱 젖어 발은 부을대로 잔뜩 붓고 걸을때 마다 물빠지는 소리가 들린다. 나중에 불국사 까지 다시 와서 가겠다는 약속을 하고 시내로 와서 숙소를 알아봤지만 역시 불국사와 가격이 비슷하다. 이쯤되니 나의 자존심도 한풀 꺾였다. 하는 수 없이 방을 잡고 들어갔다. 하지만 그 시설은 호텔급이었다. 아주 만족 스럽게 쉬었다. 못이기고 불국사 앞에서 잤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끔찍한 상상을 잠깐 하고 몸을 뉘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기분좋은 편한 숙소였다.

내일은 경주에서의 하루 관광을 약속한 하루였지만,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과연 그 많은 돈을 감당할 수 있는지는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그다지 호락호락 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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