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도보여행 - '경상북도' 편> ③ 포항시 : 공업 도시의 표본 포항시!

2007. 12. 31. 17:07Hobbies & 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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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를 잔뜩 쓴채로 경주에서 기분이 좀 언짢게 떠나게 됐다. 경주 보문단지내에 있는 힐튼 호텔에서 출발을 했다. 보문단지에는 봄이면 벚꽃이 만발하다는데, 겨울은 어째 조금 썰렁하다. 어제 온 비탓인지 아침 공기는 살갗을 에일 정도로 날캅고, 차가웠다.

국도 대신에 지방도로를 선택했다. 왕복 1차선에 갓길도 충분하지 않은 곳이지만, 차가 훨씬 적게 오고 조용해서 좋다. 천북면이라는 곳을 향해서 걸었다. 소나무가 우거진 꼬불꼬불한 산을 넘고 있었다. 소나무 숲 사이에는 새들이 조금은 시끄럽게 울어 댔다. 아마도 짝을 찾는 모양이다. 시끄러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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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다 넘어서 내려오니, 호남쪽에서 봤던 것 처럼 평야가 넓게 펼쳐졌다. 그야말로 지평선이 보일듯 말듯한 직선으로 쭉 뻗은 길이 보이고, 양 옆에는 논과 밭이 가득했다. 아주 멀리서 오는 차도 보일정도로 평탄한 지형이라서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었다. 항상 갇혀있는 듯한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다른 감동이다. 평지에 왔지만 하나 안좋은 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도통 바람을 막아줄 것이 없다는 것이다. 바람이 너무 강해서 나같은 거국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린다. 바람이 정면에서 불때면 걷는 속도가 줄어들고, 뒤에서 불면 걷는 속도가 빨라진다. 바다위에 있는 돛단배처럼 바람에 휘둘리고 있었다.

그렇게 걷는 동안은 여느때처럼 아무 생각이 없다. 시간은 금방금방 간다. 한시간이 10분처럼 느껴질 정도로 굉장히 짧고 그만큼 해도 짧다. 문득 시계를 보았을때는 1시가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경주시에 속해있었다. 왠지 길을 잘못든것 같은 불안함이 든다. 군데군데 보이는 공장들과 축사를 지나가다보니 어느새 7번 국도에 가까워 졌다. 그래도 여전히 경주시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때 멀리 보이는 거대한 광고물이 하나 보였는데, '글로벌 포항' 이라고 써져 있었다. 좀 이해가 안가는 문구였지만, 여튼 포항이 가까워졌다고 느껴졌다. 넓은 국도가 보였고, 차들은 쌩쌩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떄처럼 아무 생각없이 그 국도에 몸을 싣기위해 열심히 걸었다. 잠시 마을에 들려서 방한대(마스크)를 샀다. 다른 곳은 다 완전 무장이 되어있어서 춥지 않은데, 가장 노출이 심한 부분은 얼굴이었다. 그러니 얼굴이 남아날리가 없다. 까칠해지고 넘 추워서 걷기도 힘들 지경이다. 바람이 안불때는 햇빛에 따갑고, 바람이 불면 춥고, 아주 얼굴이 고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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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으로 가기 위해 터널앞에 섰다. 터널은 가급적이면 가지 않도록 하지만, 우회할 수 있는 별다른 길이 없었다. 내 기억으로는 터널이 200m  라고 봤지만, 왠걸? 지나간 터널중에 가장 긴 1Km 였다. 뭐가 어떻게 된건지 눈이 이상한건지, 장장  1Km에 다다르는 터널을 지나 갔다. 터널을 나온지 얼마 안되어 넓게 펼쳐진 포항 시내가 보였다. 터널을 두고 경주와 포항을 나누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포항에 빨리 왔다. 2시 30분쯤 도착한 포항 초입에서 만날 수 있던것은 왠만한 사람들은 거의 다 아는 '포항공과대학교' 였다. 포스코가 설립한 이학교는 KAIST와 더불어서 이공계 최고의 대학이다. 모처럼 일찍 도착한김에 포항공대 내부로 들어갔다. 역시 방학이 찾아온 학교 안은 썰렁하기 그지 없었지만, 넓은 교정과 큼직하고 시설이 좋아보이는 건물들이 여러채가 있었다. 그렇게 구렁이 담넘듯 학교 구경을 하고 바로 포항 시내로 향했다.

포항은 다른 시 단위의 도시와는 조금 다르게 '구'라는 행정단위가 있다. 남구와 북구로 나뉘어지는데 포항의 인구도 꽤나 많은가 보다. 포항은 왠지 유흥시설이 많이 보인다. 물론 생계적인 곳도 여러곳 있었지만 다른 곳들보다 유흥시설이 많아 보이는 건 왤까..?

포항에서의 이색적인 장면이 하나 있었다. 바로 곳곳에 걸려있는 현수막에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축하의 메세지를 담은 것이 많았다. 그러고보니 얼핏 들은적이 있다. 이명박씨는 포항 출신이고, 동지 상고를 나왔으며, 그의 어머니가 죽도 시장에서 장사를 해서 아들을 키웠다고... 그야말로 포항 곳곳에는 당선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많았고, 마치 축제 분위기 같았다. 하긴 자신의 지역에서 대통령이 나왔다고 하니, 포항 지역 사람들 이외에는 모를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포항에서 일찍이 도착해서 짐을 풀어 놓고, 죽도시장으로 향했다. 그동안 침만 삼키고 있던 회를 먹기위해서 향했다. 죽도 시장에 도착한건 오후 7시쯤이었는데, 약간은 늦은 시간이었지만, 어시장에는 사람들이 가득해했고, 비릿한 냄새가 진동했다. 한 가게 앞에서 혼자 왔다고 얘기했더니, 만원 정도에 맞춰주시겠다고 한다. 서울에서 만원어치면, 광어 한마리도 감지덕지인데, 하는 생각에 조금 욕심을 부렸다. 만오천원에 맞춰달라고.. 얼마나 많이 주시려나 생각하고 있는데, 어항에서 세마리를 꺼낸다. 제법 큰놈들로만 꺼내주신다. 아주머니의 칼질에 순식간에 인수분해된 녀석들의 시체(?)는 딱봐도 대접으로 한접시 반은 나올법한 분량이 나왔다. 이정도면 서울가서는 만원이 아니라 만원들을 줘야 먹을텐데.. 놀라운 양과 값싼 가격에 놀랬다. 회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포항이 바로 천국이었다.

그렇게 숙소로 돌아와서 사온 회와 함께 저녁식사를 즐겼다. 너무 행복하다. 매일매일 이렇게 맛있는 회를 먹으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금방 목에 메인다. 역시 혼자 먹는 식사는 그렇게 썩 즐겁지 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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