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30대 유부남 이야기

방관의 끝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늦게까지 당직 근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지하철이라 그런지 공기가 탁하고 술냄새가 났다. 그 취할것만 같은 기운속에서 전철 안에서는 기어코 이상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취해서 쉴새없이 중얼대는 중년 남자와 엄청나게 기분 나쁜일로 만취한것 같은 한 젊은 남자가 시비가 붙더니 기어고 엉겨붙어 싸우기 시작했다.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터라 구석에 비켜서 통화를 계속 하려고 했지만 지하철 안에서는 무서운 분위기가 조성되며 사람들이 저마다 다 피하고 있었다. 더욱이 재미있는것은 지하철에는 20~4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들이 대 다수였다. 누군자는 저들을 말리겠지.. 하고생각했지만 싸운지 5분이 다되어가는데도 누구하나 말리지 않았다. 마치 영화속 액션 장면을 감상하듯 귀에 이어폰을 꼽은채 그들의 몸짓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TV에서 본듯하다 취해서 지하철에서 정신을 잃은 사람을 일으켜주는데는 방관자 40여명이 그의 곁을 지나가야 한다고... 고작 전철안에는 30여명 뿐이여서 그랬을까? 서울 시민의 시민의식수준을 알만 했다. 성질도 급하고 그런걸 보면 꼭 끼어들고 마는 나는 그 싸움을 말리기 시작했다. 그 둘사이에 뛰어 들고 나니 두사람이 정말 흉악해 보였다. 작은 두 남자들을 제압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싸움이 끝나는가 싶었는데..

문제는 다른 한 남자였다. 한 40대 후반정도로 보이는 멀쩡하게 생긴 남자가 핸드폰을 꺼내들더니 둘이 싸우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야 된다며 큰소리로 떠들어 대며 촬영을 하려고 했다. 순간 난 그 모습에 어이가 없었고 그 모습에서는 또 하나의 악마를 보게 되었다. 못난사람.. 그 사람이 산 40여년의 세월과 그를 키운 부모의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다. 결국 겨우 진정시킨 두 취객은 그 모습에 더욱 격분했고 촬영하려 했던 남자까지 얽혀 세사람이 진흙탕 개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퇴근길 내내 기분이 나빴다. 거지같은 시민의식.. 아니 정의감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없는 악마같은 존재들이 세상을 살고 있다. 내 행동이 당당하기는 커녕 심판 본것 같은 느낌도 들고 여러가지로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 취객들은 만취 상태라 판단이 흐려져 여러가지로 돌발행동을 할수 있었지만 말리기는 커녕 핸드폰을 꺼내들고 히히덕 거린 그 남자는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