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030 희망 프로젝트 대한민국 취업박람회를 다녀와서...

2008. 9. 10. 18:34잡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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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취업 박람회의 전반적인 프로그램을 즐기고 돌아와서 글을 쓰는건.. 아마도 내가 가장 처음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어보면서 블로그를 또 끄적거린다.

블로그에서 끄적거릴때 마다 느끼지만, 아쉽고 불만이 있을때 종종 쓰는거 같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으나 아쉬운 부분도 있어서 몇마디 적어본다.

10시에 시작하는 취업 박람회 행사를 약 1시간 일찍 도착했을때, 속속 많은 구직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도착해 있는 부류의 구직자는 연령층이 굉장히 다양했다. 어떤 동일한 사항이 있겠냐만은 취업에 열망만은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서 더 한듯 해 보였다.

입장을 한 10시 경.. 굉장히 내부는 어수선 해 보였으나. 20분도 안되어서 금방 북적북적했다. 많은 구직자들 사이에는 이직을 위한 재직자들도 있었고, 노년의 어르신들도 보였다. 특별히, 고등학생들도 있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선생님이 인솔해서 온 그 학생들은 다소 어수선해 보이고 관심이 없는듯 했지만 꽤나 다채로운 구직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단편이었다.

가장 먼저 들린 곳은 어디도 아닌 '티맥스 소프트' 였다. 평상복 차림으로 오신 단발머리의 여성 인사 담당자 분께서 부스를 지키고 계셨다. 친근한 느낌이 드는 미소로 반가 주셔서 아주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당장 면접을 보는 자리도 아닌데 왜그리 긴장을 했던지, 내가 봐도 내 모습이 조금은 경직되어 보였으나, 이 분 적분에 차분해 질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일전에 R&D 부문에 수시 채용 지원을 한적이 있는데, 모 학교의 유수의 인재들이나 석박사들이 가는 곳이라고 하니, 최저 기준을 살짝 걸친 내가 붙을리 만무 했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은 있다. 석박사 수준이 못되라는 법이 어디있나? 사람 하라고 시킨 석박사도 결국 사람이 만들었으니 사람이 정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조만간 학교에서도 채용 상담을 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때도 인사를 드리는 것이 좋겠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모의 면접장, 별로 관심이 없었던 부스였지만, SK C&C 인사 담당자가 직접 면접을 한다고 하시니, 어제 부랴부랴 자기소개서는 빽빽하게 작성을 해서 제출을 했다. 운좋게도 꽤나 이른 시간에 면접을 볼 수 있었다.

면접에 대한 느낌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호의적이지 않고, 현실을 냉정하다' 라는 것이다. 굉장히 피드백이 다양하고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셨다. 면접 자체가 '모의' 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만큼, 면접이 다 마치고 난 후의 피드백은 확실했다. 두리 뭉실한 언행, 앞뒤가 맞지 않은 모습, 회사에 대한 간략한 정보도 모름, 왜 당신을 뽑아야 하는가에 대해 대답하지 못함, 정말이지 정말 실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고 낙관했다가는 큰일 난다. 전혀 면접에서는 나의 생각을 벗어나는 질문들이 쏟아져 나온다.

면접 당시에는 면접관은 '싸우자' 라고 덤벼드는 도전자와 같다. 다시 말하면, 도전은 피면접자가 하는 것인데, 적극적이기는 면접관 쪽이 되려 더 적극적이다. 이 때문에 논리적이자고 다짐했던 머리속은 새하얗게 되어버린다. 실제로 함께 면접을 본 한 분은 다소 감정적이 되어버렸다. 일종에 도발에 걸려들었다. 회사의 인재상은? 회사 인원은? 매출액은? 사장님 성함은? 아주 간단한 질문이지만, 다들 모르고 있었다. 물론 나조차도 잘 기억이 안나더라, 준비 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르겠다. 답답했다.

50살이 되었을 때, 무엇을 하고 있겠는가? 이 질문에서 우리 면접 팀은 완전 무너지고 말았다. 대학 교수가 되겠다던 한 피면접자는 '인생의 목표를 세우는 방법론 자체가 잘못 되었다' 라는 악평을 듣고, 전혀 분야가 다른 직군의 업무를 하겠다던 면접자는, '직군을 이해 못하고 있고, 편안 일만 하려고 한다.' 악평을, 임원이 되겠다는 피면접 자에게는 '현실적이지 않다' 라는 악평을, 'PM이 되겠다' 던 나에게는 '50살 까지 PM시켜주는 곳은 없다.' 라고 악평을 했다. 여기서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변명을 하자면, PD(Director) 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사업을 총 책임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의미었다. PM과 더불어 같은 뜻으로 사용된다고 하시던 모 교수님의 말씀이 있었지만, 뭐.. 어쨌던 아쉬워서 하는 여담이다.

전반적으로 면접의 느낌은 피면접자들 죽이기 였다. 게임으로 치면 졸라짱쎈 몬스터가 초보자 사냥터에 등장해서 저렙 유저들을 쓸어버렸다. 방법이 없는가? 물론 방법은 있었다. 게임이라면 고렙이 하나 나타나면 되겠지만, 그건 아니올시다이다. 결론은 자신감이다. 나 스스로를 인정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되 현실에 안주하면 안된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것은 앞에 있는 면접관에게는 없는 피면접자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다.

면접 내내 나는 희망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무언가에 홀렸다고 한들 내 마음은 변화가 없다. '토익 점수가 이게 뭡니까? 이래가지고는 서류도 통과 못해요.' 라고 면박을 받았다. 회사가 직원을 고를 권리가 있다면, 그 반대도 역시다. 직원도 회사를 고를 권리가 있기에, 내가 필요하지 않다고 여기고 미련을 갖지 않겠다. 물론 영어 점수에 있어서 많은 감점요인이 되나, 다른 곳에서 나의 강점을 찾겠다.

면접을 보는 동안 면접관의 시선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되도록 많은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고, 나의 나쁜점이든 좋은 점이든 이야기 해주는것을 최대한 다 들었다. 나에게 관심 가져주는 것도 지금 뿐이니까, 최선을 다해서 들었다. 난 여기였으면 좋겠지만, 상대방이 내가 아니면 어쩔 수 없다. 이런건 연애랑 비슷하다고 할까? 싫다는 상대방을 계속 따라다닌다고 여자의 마음이 돌아서는 게 꼭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평소 그 여자가 좋아하는 것, 그리고 관심있어 하는 것들에 대해서 외우고 있어야 하고, 상시 예의 주시하다가 기회가 있을때 함께하는 것 그것만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여긴다. 관심이 있으면, 하라고 시키지 않아도 되는거니까...

'Be Positive and Challenge', 면접관은 비극적이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도록 유도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는 고귀하고 유능한 존재라는 것은 잃지 말아야 겠다. 우리 어머니 말을 하신 말씀을 인용해보면, '집에서 공주처럼 키운 딸이 나가서도 공주대접 받는다.' 라는 것처럼, 내가 스스로 나를 '인재' 취급 해야 상대방도 '인재' 라고 여긴다. '에이.. 그래.. 난 영어 성적이 형편없으니까..', '방금 내가 한 말은 엉뚱한 소리였으니까..', '난 갓 졸업한 학생이라 모르는게 많으니까...' 이런 소리는 곧, '못난 나는 못난 회사에 지원했다' 라는 이야기로 직결되니까..

면접을 마치고 나니 오후 2시가 다 되어갔다.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하게 도와준 SK C&C 인사 담당자 분께 또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취업 박람회를 둘러보니 아는 얼굴이 전혀 없었다. 함께 했다면 더 많은 것들을 나눌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고, 그 길은 아주 재미있어 보인다.

난 1등이 아니다, 어찌 보면 실수가 많은 인생이다. 누가 이야기하는 형편없는 토익 성적에, 중간정도의 학부 성적에, 포유류와 조류의 중간 성격을 띄는 박쥐의 모습을 한 학부생이며, 그야 말로 취업 정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멘트 처럼, 대기업, 건설업, 외국계기업, 금융업에서 '모험지원' 을 해야하는 낮은 스펙을 가진 '인력' 일지 모른다. 미안한 말이지만 그건 사람을 잘못봐도 한참 잘못봤다.

난 발전 가능성이 많은 영어 실력을 가지고 있다. 영어를 못해서 성적이 희쭈구리 한게 아니다. IT 업무를 쌓고 자격증 공부를 하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다보니 영어 공부를 따로 못한 것이 아니다. 어학 공부라면, 한문, 일본어, 중국어 공부에도 관심이 많고 어렵다는 생각 따위 한번 해보지 않은 사람이다. IT 공부 다음으로 열의가 있다.

중간 정보의 학부 성적이 아니다. 학교 생활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다. 학교를 다니다보면 이런 저런 수업을 듣게 되고 물론 다 좋고, 만족할 만한 성적이 나오면 좋겠지만 항상 그렇지 않다. 노력의 결과가 그러하다면 어쩔 수 없다. 겸허히 받아드린다. 재수강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 나로서는 누가 보기에 답답해 보일 수 있으나, 그것도 나의 소중한 성적이다.

박쥐같은 비즈니스 IT 학부, 우리 학부생들은 이제 막 깨어난 정체 불명의 새이다. 노력 여하게 따라서 날지는 못하지만 달리기가 빠른 타조가 되기도 하고, 또 날 수는 있지만, 달리기와는 전혀 관계 없는 새가 되기도 한다. 날기도 하고 뛰기도 하며, 육식과 초식을 하고 광합성을 하며, 사나운 이빨이 있고, 몸집이 크기도 하고 작기도 하고, 물속에서 숨쉬기도하고 밖에서도 숨쉬는 동물을 무엇이라고 하는가? 대답은 '괴물', '돌연변이' 같은 SF 용어들이 뛰쳐나오지 않을까? 누구나 만능은 없다, 저 마다의 길을 찾아간다.

'모험지원' 이라는 말을 모 취업 정보 사이트에서 들었다. '모험 지원' 이라는 말은 잘못 지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붙는 서류따위는 없다. 안정권이니, 모험 지원이니, 이런 이야기는 점수가 나오는 수능에서나 의미가 있지 인사 담당자의 구색이 저마다 다른 채용 시장에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모험 지원이라면 이른바, '자격 요건 미달' 자체가 모험 지원인거지 누구는 모험을 하고 누구는 안하고는 없다. 결국 취업 지원 사이트가 전해주는 합격 예측 시스템 같은건 단순 참고용이다.

취업 박람회에 꼭 가시길 바란다. 가서 기업을 알고 오는 것도 좋고, 취업 시장의 정황을 살피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스스로에 대한 느낌을 얻고 오시길 바란다. 난 뭐하는 사람인지,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배우고 배우고 또 배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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