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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유부남 이야기

사람 풍경을 읽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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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집에가서 포스팅 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원래 산문에만 반응하던 본인이었지만 오늘은 시 한편에 몸서리쳤습니다. 평소때 같았으면 차에서 책을 보다가 스르륵 잠이 들었는데, 오늘은 책을 읽다가 아주 피부에 와닿는 시 한편에 잠이 달아났습니다. 황인숙 시인의 시집 <자명한 산책>에 실린 첫번째 시  <강> 이라는 작품입니다.


황인숙 시인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책을 보면서 '고립무원의 느낌' 이라는 것에 대해서 알았습니다. 정신분석의 끝에서 피면담자가 느끼는 감정이라고 하는데 다시 말하면, "아무한테도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 는 느낌이라고 합니다. 인간은 어려움이 닥치면 무언가에 의존하려고 하는데 보통은 이것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해결해줄 누군가만을 찾게 된다고 합니다. 이런 의존성이 극복되는 순간이 우리가 진정으로 독립할 때 맞는 감정이 바로 '고립무원의 느낌' 이라고 한다네요.

아직 책을 다 보지는 않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스스로도 무언가 어럽고 힘든일이 생길때 마다 성인으로서 자주적으로 해결을 해보려는 시도조차하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특히나 그 문제점들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건 모르건간에 다른 누구에게 그 답답함을 호소하고, 웃고, 울고... 그야말로 엄한곳에 가서 속마음을 꺼내놓았다고 할까요.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이 부분이 가장 맘에 와 닿았습니다. '직접' 강에 가서 말하라.. 강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그냥 들어주기만 하는 자연을 이야기 하는 것일까요? 저는 좀 다르게 해석을 했습니다. 강이 의미하는 바가 '고립무원' 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아무것에게도 도움을 청할수 없는 곳에 가서 직접 말하라, 즉 스스로 직접 해결하라는 이야기 같습니다.

이제 어떤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나 혼자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라고 생각하면 곤란한것 같습니다. 물론 같이 고민해주고 들어주고 상담해줄 누군가가 필요하지만, 해결방법을 자신의 내면적인 감정과 더불어 상대방의 조언을 통해 스스로, 본인으로 부터 찾아야 한다는 것 같습니다. 혼자서만 어떤 문제를 해결할려고 하면 더 힘들고 괴로울수 있고 또한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옳고 옳지 못함은 자기 마음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그 문제점을 내어 놓고 본인 스스로 그것을 느끼고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해결할때가 진정한 자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