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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bbies & Tour

<전국도보여행 - '전라남도' 편> ① 해남군 : 아름다운 바다와 섬이 보이는 조용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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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 해남군 송지면 땅끝마을
종료 : 강진군 도암면 다산수련원

거리 : 45.70 Km
밤새 잠을 설쳤다. 이유는 바로 너무 과식을 한 탓이다. 좀 말도 안되는 이유이긴 한데 이야기를 해보면 그럴싸하다. 해남에 도착해서 딱히 할게 없었던 나는 빵과 우유를 사먹은것이 화근이 됐다. 최근 알게된 사실인데 밥을 먹고나서 배가 부르면, 특히 너무 빵빵해지면 굉장히 잠이 쏟아진다. 참을 수 없는 지경까지 가기 때문에 곧 쉽게 잠이 드고만다.

그런 이유로 결국 오후 9시 쯤이었나? 급하게 잠이 들어버리고 자정 즈음 깼다. 시작부터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고 아주 잘하는 짓이다. 아무리 잠을 다시 청하려 해도 잠이 안오는데 무슨수로 자겠는가. 그 이후로 결국은 4시까지 개기다가 잤다. 아침 7시 몸이 약간뻐근하다. 특히 어깨가 많이 아프다. 걱정스러운 발걸음으로 땅끝 마을을 벗어났다. 밤에는 보지 못했던 해남 땅끝 마을 마을 회관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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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땅끝 마을의 일출 장관>


걷는 와중에도 오른쪽 어깨가 많이 아프다. 약간씩 신경이 쓰일무렵 아주 환상적인 풍경을 보았다. 도보여행 첫날아침에 맞이하는 일출이 환상적이었다. 아름답고 작은 섬들이 즐비해있는 바다 풍경과 어우러진 물안개와 새빨간 태양이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어깨가 아파서 신경을 잔뜩쓰고 있었는데 금새 잊어버렸다. 걷는 도중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풍경 좋은 길 10Km" 좀 우스운 표지판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올씨다 이다. 그야말로 걷는 내내 아름다운 풍경에 정신이 팔려서 어떻게 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10Km 가 짧다고 느껴질 정도로 순식간에 걸었다. "남창" 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사거리가 나타났고 좌측은 해남군청 전방은 강진군 우측은 완도군이었다. 완도라니! 지도에서나 보고 그냥 이래저래 TV속에서 보아왔던 완도가 눈앞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가고 싶기도 하지만 완도는 섬이다, 다시 빠져나올려면 걷는 비용이 너무 든다. 해남군청은 갔다 왔으니, 강진으로의 길을 선택했고, 근처의 기사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생각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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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는 딱 한개, '백반' 오천원짜리, 그 이외에는 뭐가 있었는 듯 하나 다 지워져 있었다. 그곳에는 아저씨들이 여럿 모여 앉아서 맛있게 식사를 하고 계셨다. 나도 아주머니께 백반 하나 달라고 이야기를 했다. 밥이 나오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지도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큰 그림자가 드리워 졌다. 다름아닌 지름이 1m는 되보이는 쟁반이다. 헉.. 말로만 듣던 남도의 반찬 스케일이다. 반찬이 아무리 못해도 10여가지는 있는 듯 했다. 바다에 인접해서 그런지 반찬으로도 해산물이 많다. 또 김치를 먹어보니 젓갈맛이 알싸하다. 크... 전라도에서 밥한번 먹으면 다른데 가서 못먹는다는데, 정말 오천원짜리가 맞나 싶다. 십여가지 반찬에 국에 숭늉에 제육볶음에 상추쌈에 아주 가지가지로 먹었다. 여행의 재미중에 하나인 '먹는재미' 요거 없으면 도보여행이고 뭐고 다 하기 싫을 것 같다.

배부르게 식사를 하고 나와서 근처 슈퍼에서 쪼꼬바 두개와 껌한통을 샀다. 아주머니께서는 계산하시기전에 어떻게 눈치를 채셨는지, "총각, 걸어서 여행허요?" 라고 물었다. 내가 대답을 하자, "아따~ 대단허네 젊은 총각이.." 라시며 50원을 깎아주셨다. 정확히는 내가 산 물건이 1500원 어치였는데 아스트랄하게도 가진 잔돈이 1450원이었다. 여튼 시작부터 운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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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 농촌마을의 풍경>


강진군청까지는 약 30Km 정도 떨어져 있었다. 오후 내내 걷기는 어려운 거리지만 그냥 믿도끝도 없이 걸어보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논밭과 풀을 뜯는 흑염소들을 바라보면서 걷고, 또 중간중간에 나오는 마을의 아기자기한 모습들과 보일듯 말듯한 남해의 풍경들이 함께 해주었기에 그다지 지루하지 않았다. 한 너댓시쯤 되었을까 어둠이 내리고 체력의 한계가 다가 왔다. 굉장히 빠르고 많이 걸은 느낌이 확확든다. 때문에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서 묵어갈 곳을 찾아봤지만 다 대답은 한결같았다.

"읍에는 가야 잘 곳이 있을 텐데.."

걷고 걷고 또 걷다보니 도암면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그곳을 서성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파출소에 들어갔다. 경찰 한분이 앉아계셨고 아주 반가운 얼굴로 맞아 주셨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따끈한 커피를 한잔 내어주셨다. 고마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지만, 파출소일도 있는데 생전 못본사람한테 커피 서비스 까지 해주시니 미안하기도 하다. 내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전화를 하신다. 그리고는 잘곳을 일러주신다. '다산수련원' 이라는 곳인데 YMCA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값도 저렴하고 시설도 좋다고, 약 5K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었고 한시간정도가 걸리지만, 힘을 내서 걸었다. 칠흙같은 어둠이 내려 앉았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하다. 가로등이 없지만 달빛을 가로등 삼아 열심히 걸었다. 정말 거짓말처럼 산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도 없었다. 무섭다고 느껴질수도 있었겠지만, 무서운게 뭔소용인가 지금 피곤해 죽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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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수련원의 모습>


저 멀리 환한 불빛과 함께 엄청 큰 건물이 하나가 보인다. 다름아닌 다산수련원이다. 더욱 걸음을 재촉하여 금새 도착해보니 정말 한눈에 봐도 시설이 좋아보인다. 그곳에서 수련원장님께서는 나를 기다렸다는 듯 맞이해주시고, 여러 긴말 않고 방부터 안내해 주신다. 조금 다른데에 비해서 부족한게 있는 방이지만 괜찮을 거라고 하시면서 문을 여셨다.

뭐가 부족하다는 건지... 방 크기는 30평은 넘어보이고 TV에 방도 뜨끈뜨끈하고 뜨거운물도 잘나온다. 그야말로 호텔이다. 밥을 먹었냐고 하시면서, 빨리 씻고 오란다, 저녁밥 먹으라고.. 너무 감사한 마음에 후딱 씻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공짜밥이다. 보통 이런 수련원에서는 밥을 먹을때 식판에다가 먹는다. 그런데 남도에서 먹는 식판 식사는 뭔가 색다른게 있다.

남도식사에는 반찬이 많이 올라온다. 때문에 식판에는 반찬 놓는 곳 4군데, 국 한군데 밥놓는곳 한군데가 있다. 근데 반찬은 6가지이고 국도 있고 테이블에 가면 찌게도 있고 김도 따로 주신다. 어쨌거나 전라도 음식 인심은 서울 촌놈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맛있게 식사를 하고 극락같은 호텔에서 언제 잤는지도 모르게 골아 떨어져 버렸다. 내일의 여정이 얼마나 더 험난 할지는 모르겠지만, 고생을 하고 얻는 휴식이 더욱 달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