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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bbies & Tour

<전국도보여행 - '전라남도' 편> ③ 보성군 : 더 이상 차밭과 나를 엮지 말랑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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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 장흥군 장흥읍
종료 : 보성군 득량면 예당리
거리 : 39.60 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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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에서 맞이하는 아름다운 일출 풍경>


오늘은 아침 일찍 부터 조금 발걸음을 빠르게 해봤다, 기상시간도 7시 정도로 매우 빠르게 잡아서, 일찍부터 출발을 할 수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오늘은 보성 벌교까지 가기 위해서 시간을 그렇게 잡았다. 보성까지의 거리가 상당하다,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절대로 벌교까지 해지기 전까지 도착할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일단 재지 않고 출발을 해봤다. 벌교까지 가야 순천이 가깝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읍내 구경이 아니라 시내구경을 하고 싶어서, 조금 무리 해보고 싶었다. 아침 공기가 상당히 차다, 한 낮이 되면 따뜻해 지는 남쪽이지만 아침과 저녁 기온은 어쩔 수 없는 겨울이다. 논두렁을 가로 질러 가다보니, 도저히 작은 국도를 통해서 갈 수 있는 길이 나오지 않는다. 보성 방향을 가르 키고 있는 국도를 찾기 위해 많이 헤맨것 같았다. 한심하다. 동네 어귀에서 서성 대다 보니 한 아저씨가 일러 주신다, 그렇게 장흥에서 조금 헤매이다가 보성을 가는 방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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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방 휴게소에서 만난 쌍커풀이 있는 강아지>


여느때처럼 시골길은 한적하고 조용하다, 닭 울음소리, 염소소리, 개가 짖는 소리 동물들이 내는 소리와 간혹 들리는 찻소리만이 가득하다. 내가 내는 소리 또한 짐승의 소리 같다. 오늘은 이상하게 발이 더 아프고 걸을때 마다 신음소리가 날 지경이다. 더 먼길을 가야하는데 시작부터 삐그덕 대는게 영 밉상이다.

보성군이 되었음을 알리는 이정표는 온데간데 없고 길이 끝이났다. 무슨일인가 이게? 왕복 2차선 고속국도로 이어지는 교차로만 떡하니 남아있고 더이상 길이 없다. 때마침 나타나는 경운기에 앉아계신 할아버지께 보성 방향을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위에 보이는 고속국도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 한적한 시골길에 익숙해서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기도하고 힘들면 그자리에 앉아서 쉬어도 되는 그런 길이었는데, 이제는 저 고속국도에서 고속으로 질주하는 차들에 맞서서 안광을 발사해야 된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울며 겨자먹기로 고속국도에 올랐다. 말이 고속이지, 고속으로 달리는 차가 있는게 아니라 차가 더 많아지고 특히 무서운 트럭과 화물차가 가득하다, 근처에 광양제철소가 있어서 그런지 화물차가 많다. 나는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고 보성까지 빠르게 고속(?)으로 가고 싶었다.

보성으로 가는 길은 정말 험난했다. 산을 넘고 또 넘고 또 넘고.. 몇개의 산을 넘었는지 기억도 안나고 왜 또 그렇게 터널은 많은지 터널을 한 너 댓개는 드나들었던것 같다. 참고로 터널 안이 겨울이니까 따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다. 동굴이 따로 없다 콧물을 훌쩍댄다. 그렇게 보성읍내까지 꾸역꾸역 왔고 이미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벌교까지는 약 18Km 정도 남겨두고 있는데 벌써 시간은 오후 한시가 넘었다. 다행인건 순천까지의 거리가 40Km 안쪽으로 다가와서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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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의 한 내천의 모습과,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차밭, 그리고 보성 장터의 모습>



보성읍내에 들어섰을때는 그 북적거림과 활기찬 느낌에 기분이 좋아졌다. 보성은 보통 차밭으로 유명하다고 들 이야기 하지만, 적어도 보성 안에서는 차에 관한 물건은 별로 팔지 않는 듯 하다. 보성 시장통에는 많은 할머니들이 보따리를 한짐씩 가지고 나오셔서 시장을 이루고 있었고, 그런 모습이 정겨워 보이기 까지 했다. 많은 인파들이 있었고, 특히 보성역 앞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었다. 그 앞을 지나칠때 쯤 재미있는 일이 발견이 됐다.

서울에서는 보통 어르신들에게 젊은 사람이 자리를 양보하지만, 지난번 강진, 장흥에서 눈치를 챘듯이 노인들이 대부분의 인구를 차지 하고 있는 보성군에는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분이 의자에 앉아 있는데 급하기 일어나더니 다른 할아버지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새하얀 머리에 수염에 지팡이를 짚고 까만 한복을 차려입은 더 나이가 들어보이시는 할아버지였다.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내눈에는 그닥 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게 여느 읍내보다 활기차던 보성을 지나서 벌교로 욕심을 내서 이동을 했다. 고속국도의 길은 더 가파르고 험해지는터에 잠시 '기러기휴게소' 라는 곳에 머물렀다. 그곳에서 관광안내도를 얻어서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아무래도 시간이 너무 빠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머리속으로는 어떻게 할까 마구 고민하고 있지만 발은 그런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프지만 계속 걷고 있다. 그때 저 멀리 신기한 광경이 펼쳐 졌다. 늘 상 아프고 피곤하고 고단할때마다 자연이 주는 풍경은 심신을 차분하게 했다. 오늘은 구름이 많이 낀 날씨였는데, 구름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이 한 농촌 마을만 스포트 라이트를 주듯이 내리 쬐었고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고단한 몸이었지만, 그렇게 발걸음을 다시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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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아름다운 농촌의 풍경, 아직도 생생하다>



해가 뉘었뉘었져가고 벌교까지의 거리는 아직도 멀기만 하다, 하는 수없이 주변 숙박지를 찾아봤지만, 마땅히 묵을 곳이 없었다. 비상사태이다. 첫번째 날처럼 경찰서를 찾아보았지만 경찰서도 없다. 그렇게 걱정하고 있을때쯤 아까 가져온 관광안내소에서의 책자에 근방의 숙박업소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린티 하우스' 조금 이름이 특이 했지만(~민박, ~모텔이 아니라 특이하다고 느꼈다) 전화를 해봤다. 주인께서는 데릴러 나온다고 하셨지만, 나는 한사코 거절을 했다.

그렇게 무식하게 걸어서 한시간만에 그곳에 도착했고 거긴 내가 아는 그런 민박집이 아니라 팬션이었다. 보나마나 가격이 어마어마 할것인데... 벌써부터 긴장이 됐다. 하지만 주인은 내 딱한 사정을 아시고는 파격 제안을 하셨다, 반값에 쇼부를 보고 저녁밥, 아침밥 까지 주시겠단다. 밥값까지 생각하면 아무리 계산기를 뚜드려 봐도 이건 거져다. 그렇게 주인분네 집에서 사먹는 밥이 아닌 가정집 밥을 먹고 피곤한 몸을 뉘어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