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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bbies & Tour

<전국도보여행 - '경상남도' 편> ② 고성군 : 첩첩 산중! 태고의 도로가 있는 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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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 사천시 벌리동
종료 : 고성군 고성읍
거리 : 37.20 Km

일찌감치 일어나서 가방정리를 했는데, 가방을 다시 싸는데만 한시간이나 걸렸다. 역시 가방은 싸기 나름인것 같다. 왠지 들쳐 맸을때 어제보다는 한결 가볍다. 찬 공기를 마시며 오늘도 어김없이 걷는다. 생각해보니 오늘은 일요일인데도 언제나 그렇듯 시내는 한적하다, 여느 시내를 가봐도, 서울만한 곳이 그리 없다. 해가 지면, 시내에는 마치 도망이나 가듯 사람들이 없다. 또 해가 뜨기 시작하는 아침도 마찬가지이다.

걷기 시작한지 5분도 안되어서 배가 슬슬 고프기 시작한다. 바로 식당에 들어가서 김치찌게를 시켰다. 서울가 비슷한 가격이었지만, 그 규모는 아니올씨다 이다. 두 사람이 먹어도 될법한 푸짐한 양에 놀랬고, 그 다음으로는 그 맛에 놀랬다. 이상하게 여행을 하는 내내 밥맛이 꿀맛이다. 역시 몸이 고단해야 늘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감사해지는것 같다.

든든히 아침밥을 먹고는 통영으로 향하기 위해서 고성군을 거쳐 가는 길목에 올라섰다. 약간 흐릿하고 바람이 많이 불었던 어제와는 다르게 아침부터 햇살이 따스하다. 얼마 가지도 않아서 고성군을 알리는 이정표를 만났다. 사천시내도 굉장히 외곽에 붙어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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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초등학교의 교정과, 교문의 모습>

처음 고성군과 만나는 지역명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보통 영어권 국가에서 친근하게 하는 인사로 'Hi' 라고 한다. 근데 이 지역명이 다름아닌 하이면이다. 경상남도 고성군 하이면... 나도 모르게 인사성 바른 지역명에 고개가 숙여질 지경이었다. 여기저기 하이 투성이었다. 하이 우체국, 하이 농기계, 하이 태권도, 하이 슈퍼... 예의바른 지역명에 내내 미소를 짓고 있다가. 하이 초등학교에서 웃음이 터졌다. 초등학교 정문에 '하이' 하고 대문짝 만하게 써붙여 놨다. 등교하는 학생들한테 정답게 인사해주는 정문을 상상해버렸다.

하지만, 이 즐거움도 여기 까지였다. 고성가는 길목에는 정말 거짓말 처럼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보다 더 많이 만나는 차도 없을 지경이었으니 말 다했다. 그러니 가다가 밥은 어떻게 먹겠는가.. 할 수 없이 굶으면서 강행군을 했다. 고성을 가면서 느낀것이지만, 일단은 길이 너무 험하다, 지방도로도 아니고 일반 국도 인데도 길의 폭이 좁고 어느 지역보다 걷기가 불편하고 위험했다. 그리고 무슨 고개는 그렇게 많은지.. 오늘 넘은 고개의 수가 여지껏 넘어온 숫자보다 많은것 같았다. '태고의 신비' 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 고성이지만 나에게는 '태고의 도로' 의 인상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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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동안 여러 언덕들이 있었지만, 아름다운 풍경들이 반겨주었다>


지도와 알맵, 네이버 지도.. 전부 엉터리였다. 어떤 곳에서 그런 정보를 제공하는지는 모르겠는데, 국도가 개통되지 않은 지역으로 가라고 일러주고 있으니 말이다. 여튼 미개통 지역을 우회하여 가기 위해 선택한 지방도로가 결과적으로 화근이 되었다. 엄청난 높이를 올라가더니만, 또 엄청나게 내려온다. 이걸 수십번 반복하고 나니 발에 쥐가 날 지경이다. 또 급커브 길이 많아 언제 차가 튀어나올지 몰라 굉장히 위험했다. 정말이지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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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섬들의 모습>



아주 힘들게 도착한 고성읍내도 나를 별로 반겨주지 않았다. 자고있는 여관 주인을 깨워 방값 흥정을 했지만, 제 가격 안내면 관두라는 식의 태도가 영 언짢았지만, 일단 몸이 피곤하니, 아쉬운데로 그냥 제 값을 내고 방을 잡았다. (하지만 이럴 수록 손님은 본전 뽑는다는 심보가 된다) 그리고 지친 몸을 잠시 누이고, 또 씻고나서 주변의 식당을 찾았지만, 위생상태가 별로 안좋았다. 천장에 엄지 손가락 만한 바퀴벌레가 더듬이를 꿈틀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밥맛이 싹 달아난다.

고성군민 여러분들에게는 상당히 죄송스러운 말이고, 또 제가 빙산의 일각만 보고 전부를 판단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처음 경남 고성을 방문한 느낌은 위험하고 불편한 도로, 비 위생적인 식당, 불친절한 지역 상인에 대한 불만이었습니다. 여지껏 많은 도시들을 방문해 봤지만, 고성이 제일 최악이었습니다.

태고의 신비 공룡나라를 앞세울 것이 아니라, 다시 오고싶은 공룡나라를 만드는게 첫 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