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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bbies & Tour

<전국도보여행 - '경상북도' 편> ④ 영덕군 : 바다와 해산물의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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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잠든 사이에 한해가 그렇게 왔다. 찜질방에서 잔터라 잠을 자기는 잤는데 중간중간에 자주 깨서 잠을 좀 설쳤다. 특히 옆에서 전차소리를 내며 코를 고시던 아저씨 때문에 특히 고생을 좀 했던것 같다. 새벽부터 몸을 가눌려고 하니 생각보다 힘들었다. 일곱시 전후로 일어나던 나였지만, 이날은 왠지 좀더 늑장을 부리고 싶었나보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어나서 거리로 나갔다. 고요하다못해 적막이 흐르는 도시는 그야말로 평화 그 자체였다. 새해가 찾아오면서 평화를 함께 가져왔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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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맞이하는 새해에 왠지 가슴 속이 찡한게 슬픈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뭐 성탄절도 그렇고 다 타향에서 맞이하고 또 생각해보면, 이런 날이라고 별로 대단하게 지낸적도 없으니까, 그렇게 슬퍼할 일도 아닌것 같아 급히 바삐 걸음을 옮겼다. 이런 감상에 젖어있을 시간이 없다. 일곱시 20분 전에 나선 터라 7시 30분 동이 틀 시간까지는 그렇게 여유롭지 않다. 북부 해수욕장까지의 거리가 상당하다.

30여분 정도 걸었을까, 울릉도행 여객선을 탈 수 있는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했고, 그 앞에는 많은 인파들이 먼저부터 나와있었고, 시끌시끌한 소음과 함께, 차들이 빼곡히 도로를 메우고 있었다. 사람들은 다 동해바다 너머를 그윽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질세라 열심히 걸어 2008년 첫 동이 트는 모습을 보기위해서 자리를 잡았다.

자리를 잡고 나니 가장 중요한 걸 생각을 안해왔다. 소원을 빌라고 보러 온건데 정작 소원은 생각도 안해봤다. 워낙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들이 많으니.. 무엇을 먼저 빌어야될지를 고민을 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내 소원을 하나 생각해 냈다. '건강한 모습으로 도보여행을 완주하는 것', 그리고 우리 가족들을 위한 소원 '부모님 건강하시고, 새해는 돈 걱정 안하고 살기를..' 뭐 이것저것 욕심이 앞선 소원들이 많았지만, 그게 어디 소원이겠는가.. 그 외에는 다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모세가 바다를 가르는 것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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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40여분쯤, 붉으스름하던 하늘 사이로 아주 새빨간 해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토록 동이 트는 모습이 아름다웠던 적이 있었나? 해남에서의 일출과 보성에서의 일출도 있었지만, 포항에서의 일출도 똑같은 일출인데 왜 이렇게 더 각별한지 모르겠다. 2008년 첫 해라고 해도 뭐 다른 해는 아닐텐데, 어제 그 해일텐데도 말이다. 해는 감동할 시간도 그렇게 많이 주지 않았다. 금새 높이 떠올랐고, 나는 서둘러 2008년 첫 여행의 발걸음을 그렇게 포항에서 시작을 했다.

포항 시내를 빠져나가는데에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늘 항상 그래왔듯이, 찻길에 몸을 싣는다. 이제는 노하우가 생겨서인지, 그렇게 위험하다고 느끼지를 않고 내 갈길을 척척 잘 간다. 역시 인간만큼 적응이 빠른 동물도 또 없는 것 같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추위가 내 몸 주변들을 감쌌지만, 어디 이 추위 정도 생각 안했으랴? 이미 온몸은 완전 무장을 한 상태라 추위도 그다지 위력을 내보지 못한다. 나는 우습다는 듯 추위를 이겨내면서, 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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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을 빠져 나갈수록 이명박씨의 당선을 축하하는 현수막들이 더 많아진다. 다름이 아니라 흥해읍이라는 곳이 이명박씨의 고향이라고 한다. 호남권에서 느꼈던, 이명박씨에 대한 분노와 이유 없는 헐뜯기가, 영남권에서는 찬사와 자랑스러움으로 바뀌는 것이 서울사람인 나로서는 조금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었다. 이유야 어쨌건 2008년이 되는 지금에도 이 작은 땅덩이 안에서 남과 북으로 다투고, 동과 서로 다투는 것은 정말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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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때와 같이 가도가도 이놈의 영덕을 알리는 이정표는 나올 줄을 모른다. 오후 2시쯤 되었을까? 드디어 영덕을 알리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예상대로 영덕을 알리는 광고의 틀 모양이 게의 모습이다. 누가 영덕이라고 하면 대게가 아니랄까봐... 갈때마다 밥집은 보이지 않고 죄다 회 센터이다. 내륙지방에서 만나던 돼지국밥이니 뼈해장국이니 이런 것들은 사라지고, 통태찌게, 굴 해장국, 대게찌게등 각종 해산물들을 재료로 만든 음식들을 판매하는 곳이 많다. 왠지 포항에서 먹은 회가 진절머리가 나서, 해산물 킬러인 나도 그냥 지나친 횟집이 얼마나 되는지 상상조차 할수 없다. 그 정도로 영덕은 해산물의 왕국이다. 특히 대게가 말이다.

동해바다를 보면서, 무언가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 싸여 있는 나라이지만, 그 바다가 다 똑같지 않다. 뭐 여러가지 다른 점들이 있겠지만, 내가 여행을 하면서 느낀점은 바닷물의 색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서해바다의 색은 약간 탁한 황색에 가까운 느낌이고, 남해바다는 에메랄드 빛, 그리고 동해는 남색에 가깝다. 파란바다가 아닌 시퍼런 동해바다가 시종일관 내 발걸음의 오른편에 함께 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철썩거리는 파도가 나에게 야유를 보내는듯하다, 벌써 지친거냐고...

이틀 전부터 약간 이상했던 왼쪽 발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분명 걸음 걸이에 문제가 있었나보다, 평소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최근 영 걷는 것에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제 막 영덕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아픈 다리는 잠시 잊고 열심히 걸었다. 일찍 일어나서 걸었는지 금새 피곤해졌다.

해는 그렇게 지고 오늘의 도보도 종료가 되었다. 4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걸었다. 힘든만큼 피곤이 많이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