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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bbies & Tour

<전국도보여행 - '경상북도' 편> ⑤ 영덕군 영해면 : 드디어 올 것이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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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자 약간은 기우뚱한 기분과 함께, 제대로 서있지를 못했다. 충분히 족욕을 하고 잤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문제가 있었던 왼쪽발이 떙기고 아팠다. 특히 발목은 전혀 제구실을 못할듯 하다. 이런 젠장, 아침부터 몸의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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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어찌하겠는가? 갈길은 천리길인데, 뭐 정확히 천리 이상을 걷기는 했지만 아직도 그만큼의 천리길이 남아있다. 그러다보니 고장난 몸을 이끌고 무작정 아침일찍 나섰다. 역시 걷는 폼이 어색하긴 하지만, 일단 한번 하는데까지 해보자는 느낌으로 걷기 시작했다.

쌀쌀한 날씨는 여전했지만, 어제와같은 강풍이 없어서 제법 걸을만했다. 왼쪽 발목이 아프기때문에, 자연히 몸의 오른쪽으로 중심이 쏠렸고 걷는 자세는 좀 우스꽝스러웠다. 상태가 안좋으니 천천히 걷겠다는 마음으로 계속 길을 걷기 시작했다.

바로 코앞에는 강구면사무소가 있었다. 면 소재지 치고는 꽤 큰편이다. 평소에 시내나, 동 단위의 동네들은 많이 가보지만, 면단위에는 문외한이었다. 하지만 한참 여행을 하다보니 이제 면단위의 스케일도 눈에 선하다. 보통 '리' 라고 불리는 곳에는 상점이나 편의시설이 없다. 하지만 면소재지에 가면 그런 편의 시설이있다. 미장원이라던가 식육점이라던가,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다. 도보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두어야 한다. 그래야 중간중간에 어느 시점에 쉬어야할지 시간 안배를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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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면을 지나고 나니, 금새 영덕읍내에 다다랐다. 생각보다 조용한 분위기의 읍내가 펼쳐 졌다. 군청 소재지이긴하지만, 뭔가 활기찬 느낌보다는 그냥 여러 행정 건물들이 들어선 모습이었다. 그래도 모 군청소재지 보다는 훨씬 거대한 느낌이었다. 아침부터 군립도서관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굉장히 신이 나 보인다. 읍내를 한번 쓱 둘러보고는 또 그렇게 발걸음을 옮겨서 울진방면으로 향했다.

정말이지 영덕은 생각보다 길쭉한 지역이라서 남과 북으로 길이가 상당하다. 영덕 초입에서 시작을 해서 그런지 영덕을 빠져나가기가 아주 어렵다. 게다가 몸상태 조차 안좋으니 군데군데 쉬어갈곳이 있으면 항상 쉬어가야 했다. 그런데 안좋은 느낌이 또 엄습하기 시작한다.

예전부터 느낀것이었지만, 약간 몸이 기우뚱하는걸 자주 느낀다. 특히나 약간의 어지러움증을 동반하기도 하고 걸을때마다 한쪽으로 쏠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금새 나는 그 쏠림을 잡으려고 균형을 잡으며 멈추어 선다. 그런데 그런 느낌이 오늘은 좀 더 심한것이다. 뭐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다리는 점점 붓는것 같고, 걸음걸이는 점점 무거워진다. 그래도 갈길은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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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해면에 도착했다. 영해면은 이상하게도 영덕 읍내보다 더욱 사람이 많고 활기차다. 면 소재지인데도 불구하고, 뛰도는 아이들과 방황하는 청소년들 젊은 인구가 꽤나 많은 동네였다. 영덕에서는 꽤나 유명한 관광지라고 하는 곳이라 그런가 보다. 장흥읍내에서 느꼈던 분위기와 흡사했다. 영해면에 들어서서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보건소에 들렸다. 볼일을 본 김에 보건소도 왔고 해서 어지러움 증에 대한 진찰을 한번 받아 보았다.

소형 카메라로 귀안을 들여다 보시는 의사선생님, 좌측 귀를 비추어 본다. 아무 이상없다. 우측 귀를 비추어 본다. 오마이갓.. 귀속을 막고 있는 듯한 새빨간 귀지 뭉친 것이 귀속에 보인다. 그것을 빼내고 나니 그부분은 새빨갛게 헐어있다. 중이염의 증세와 비슷하단다. 보건진료소에서 진찰을 한것이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귀 안쪽까지 염증이 번지는 경우에는 큰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봐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으신다. 그렇게 처방전을 받고, 더불어 도보 여행 열심히 하라는 격려도 받았다.

처방전을 들고 약국을 찾으러 다니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건강이라는 것이 내가 알고 있는 수준에서의 건강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알았다. 물론 작은 이상 하나하나에 다 병원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지속되는 이상한 느낌에 이렇게 무관심이었다니, 이 지경이 되도록 있었던, 내가 한심하기까지 했다. 아픈 곳을 알고 나니 괜히 욱신거리는게 영 기분이 찜찜하다. 그렇게 약을 받아 들고 이참에 아예 여기 눌러앉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조금은 울적했다. 요 근래 자꾸 약해지는 의지와 근성에 실망하고 있는데, 거기에 건강까지 안좋으니 그만 두고 싶은 마음이 머리 끝까지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뽑은 칼인데...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울진, 삼척, 동해, 강릉, 양양 속초, 고성.. 여섯개 도시만 남아있다. 특히나 강릉 이후로는 가본적이 많기 때문에 나름 더 도보가 쉬울것 같다. 그러니 동해까지만 어떻게 하면 어려울것이 없다. 고비가 찾아왔다고 생각을 하고 마무리를 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