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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bbies & Tour

<전국도보여행 - '경상북도' 편> ⑥ 울진군 : 해안도로에 푹 빠지다, 친환경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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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서 아침 일찍이 영해면을 빠져나갔다. 그간 쌀쌀했던 날씨가 금새 풀렸다. 아침공기는 뼛속을 파고 들정도로 매서웠었는데, 오늘 아침공기는 유달리 따스함(?) 까지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동해안가를 걷고 있으니 매일 아침마다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걷게 된다. 포항에서 보았던 일출이 무색할 정도로 매번 아름다운 일출을 맞이 하면서 걷는다. 신경쓰이게 했던 오른쪽 귀가 오늘은 좀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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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있는 찜질방이라서 그런지 군데군데 난방이 안되는 곳이 많아서 밤새 자면서 알게 모르게 추위에 떨었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이렇게 추운데서 자도 감기 하나 없다는 것이다. 역시 걷는게 만병 통치약 인듯 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추운 몸을 녹이려 사우나를 하러 목욕탕에 들어갔는데 몸에 군데군데 문신을 한 동네 양아치들이 새벽부터 목욕을 하러 왔다. 얼굴을 잔뜩 무섭게 하려고 구기고 있었지만 영락없는 20대 초반의 애들이다. 조금씩 나이가 먹어가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얼굴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나이를 추측할 수 있는 오오라가 있고, 또 입을 열기 시작하면 그 사람의 연령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데, 그 양아치들은 그랬다. 아주 애들 같았다. 그들이 이야기를 할 떄마다 약간의 사투리와 장난섞인 동작들에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유쾌한 하루의 시작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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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니 도로는 금새 해안가에 가까워 졌다. 아직 영덕을 벗어나려면 멀었지만, 바다를 보면서 걷는 기분은 조금 남달랐다. 도보를 하게되면 자연히 좌측통행을 하게 되니, 해안에서 조금 멀긴하지만, 짙은 푸른색의 바다가 출렁이는 모습에 넋이 나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우측통행을 하게 된다. 자꾸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갔다 돌아왔다를 반복한다. 동해안에는 넓은 백사장이 펼쳐지는 곳이 흔치 않지만, 대신 해안가의 바위에 부딪혀 높이 솟아오르는 파도가 압권이다. 이날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지 유달리 파도가 거셌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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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티없이 맑고 산은 푸르고, 바다도 푸르다. 그야말로 녹색과 푸른색의 조화가 이루어진 길이다. 어딜봐도 눈이 부시게 푸른 자연은 어떻게든 다시한번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었다. 부산에서 부터 시작하는 7번 국도는 그 도로가 왕복 2차선의 아주 협소하고 구불구불한 도로이다. 하지만 그 확장 공사를 하는 중이어서 그런지 군데군데 도로는 파해쳐져있고 산도 나무도 깎아져있고 뿌리채 뽑혀있는 모습이 조금 마음 상하게 했다. 또 공사중이다보니 걷는데 아주 불편했다. 도보할 수 있는 공간이 협소해서 차를 피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또한 공사를 한다는 얘기는 초대형 트럭들이 계속적으로 온다는 얘기인데, 목숨이 나름 위태로운 상황이 계속 연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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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때마다 느끼지만, 해는 짧고 또 짧다. 시간이 가는줄 모르게 금새 해가 지고 만다. 점심때쯤 울진에 접어 들었는데 가도가도 마땅히 쉴만한 곳이 나오질 않는다. 보통 편의점이 있는 곳들을 찾고는 하는데, 울진에는 편의점이 있는 곳이 거의 없었다. 편의점이 있다는 얘기는 뭔가 편의시설들이 좀 밀집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편의점에 가면 나름 앉을 곳도 있고, 식음료를 살 수 있기때문에 오래 편하게 쉴수 있는데.. 여튼 이렇게 쉴곳이 없으니, 수풀속이고 아스팔트 바닥이고 척척 앉아서 쉴 수 밖에 없다. 차가 오는지 어떤 위험이 있는지 항상 긴장해야 하니 쉬는게 쉬는것 같지 않다.

사동리쯤이었을까? 완전히 어둠이 내려 앉았다. 날이 어두워 지면 확실히 앞에서 오는 차들이 나를 인지하는 정도가 뚝 떨어진다. 평소에는 멀리서부터 나를 확인하고 위험하지 않게 비켜주고는 한다. 이자리를 빌어 안전한 도보여행을 도와주신 운전자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하지만 해가 지고 부터는 그걸 눈치 채는 시간이 상당히 걸리기 시작했다. 나는 가방속에 고이 모셔두었던 비밀병기를 꺼냈다. 울산에서 일까? 울산에서 포항으로 향하는 그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길을 가던중 한 수풀속에서 빨갛게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보통 경찰차들이 사용하는 사이렌 같은 불이었다. 건전지를 넣어서 작동시키는 작은 사이즈의 사이렌이 떨어져 있었다. 도보하는 나에게는 그만한 안전장비가 없을터, 어떤 연유에서 떨어졌는지는 몰라도 고이 간직해 두고 있었는데, 야간에 빛을 발했다. 그렇게 싸이렌을 손에 쥐로 흔들며 길을 걸었다.

당장 싸이렌이 있다고 안전하지는 않기 떄문에 묵을 곳이나오면 그곳에서 쉬겠노라 열심히 움직였지만, 왠일인지 전혀 묵을 곳이 나오질 않는다, 울진 읍내까지는 상당한 거리인데, 걱정이 된다. 기성 망양해수욕장 쯤이었을까? 작은 마을하나에 묵을 여관이 하나 나왔다. 지친 몸을 이끌고 그곳에 들어갔다.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따뜻한 방을 챙겨주셨고, 들어가자마다 시체처럼 쓰러졌다.

그렇게 누워있었는데, 점심부터 밥다운 밥을 먹지 못해서 허기가 졌다. 배고픔이 피곤함을 이긴다는 걸 배웠다. 금새 일어나서 씻고 바로 여관을 나섰다. 하지만 여관에 붙어있는 식당이 들어갈때는 영업중이었는데, 불이 꺼져있다. 낭패다. 아쉬운데로 배달을 해 먹을라고 아주머니께 전화번호를 물어봤지만, 멀어서 안된단다. 하는 수 없이 굶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주머니께서는 한상 차려 줄테니 그거라도 먹겠냐고 하신다. 지금 내가 찬밥 더운밥 가릴때인가? 그렇게 아주머니께서 식당문을 열고 들어가서 한상 차려주셨다. 차린게 없다지만 반찬이 여러가지가 있었고, 밥도 얼마나 먹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그렇게 주인 아주머니의 배려로 좋은 잘곳과 좋은 음식을 얻어 먹고는 저녁 10시도 채 안됐는데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