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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bbies & Tour

<전국도보여행 - '강원도' 편> ① 삼척시 : 강원도의 힘! 굽이치는 7번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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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했던 대구에서의 휴식을 마치고 모처럼 다시 땅을 딪었다. 강원도부터의 여정은 확실히 어렵다고 여겨서 이었을까? 조금은 일찍 나섰다. 오전 7시 아직 해가 뜨지 않았지만, 읍내의 아침은 이미 시작되었다. 신문 배달하시는 아줌마 부터 우유배달 할아버지, 군내버스까지 움직이는게 7시는 이들에게는 이미 삶의 시작이었나보다. 뽀얀 입김을 한번 뿜어보고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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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동해안 해안선을 타오면서 이만한 길이 있었을까? 보성과 고성에서 느꼈던 고개넘어 고개를 경험한 나였지만, 왜인지 아주 벅찰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걸으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간 많은 길에 익숙한 나인데 초장부터 힘들어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따져보다보니 금새 결론이 났다. 영주시는 우리나라의 소백 산자락에 자리 잡은 도시이다. 위, 경도상으로 울진군은 그 소백산맥 위쪽에 있으니, 이제 태백산맥의 절정에 이른 것이다. 좌측 울진 남부까지만해도 그런대로 갈만했지만, 읍내를 지나 올라가려고 하니 거대한 산맥이 막아서고 있다. 가는 길은 더 험해졌지만, 덕분에 차들은 거북이 처럼 움직이니 한결 낫다.

이제는 언덕이라는 단어는 무색할 정도로 앞에 보이는 언덕이라는 놈들이 아주 높다. 이제 산이다. 언덕은 가파르게 그냥 넘어 갈 수 있지만, 산은 절대 훌쩍 넘어갈수 없다. 굽이굽이 산을 나선형처럼 올라가고 또 그렇게 내려온다. 급커브는 카트라이더를 연상시킬 정도로 험하다. 때문에 차는 느려도 언제 나올지 몰라 가는 길이 더 위험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말이지 말도 안되는 길들이 연출될때 마다 정말 가고 싶은 마음이 뚝 떨어졌다. 울진과 삼척의 경계에 섰을쯤에는 다시 뒤로 돌아가고 싶을만큼 높은 산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뒤로 돌아가기에는 시간도 너무 많이 지났다. 눈 딱 감고 이를 악물고 올라 섰다. 오르막 차로 150m 라는 표지판이 무색할 정도로 150m 라는 거리는 굉장히 길다.

거의 산의 정상에 올랐을까? 왠 동산 하나가 버티고 있었다. 뭐인가 했더니 지난 2002년에 발생했던 동해안의 큰 산불을 막아낸 장소란다. 이곳이 산불 방어 최전선이 되어 민관군이 합동으로 화마를 막아낸 일종의 격전지(?)라고 하여 그날의 산불의 피해와 산불을 막고자 뛰어든 손길을 기리기 위해서 만든 곳이라고 한다. 그 끔찍했던 화마가 휩쓸고 간지 언 6년이 지났지만, 울진을 넘어 삼척을 가도가도 나무가 거의 없는 민둥머리 산들이 계속 보이기 시작했다. 여느때 같았으면, 여기저기 보였을 동물들의 시체도 없다. 그야말로 죽어버린 산이 되어버린 것이다. 산은 많은 것에게 생명을 주는데, 그 산마저 생명을 잃었으니 다른 생명들이 살아갈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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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니 어느새 높은 언덕배기에서 강원도를 알리는 이정표를 만났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각각 도의 경계를 넘어섰던 기억들이 난다. 광양에서 남해군으로 넘어갈때 섬진강을 건너면서 느꼈던 그 기분, 울산에서 경주로 넘어가면서 내리는 소나기 비를 맞으며 느꼈던 그 기분, 그리고 울진에서 삼척으로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느낀 그 기분 거친 땅을 박차면서 가는 그 기분은 걸어 본 사람만이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남에서 시작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강원도에 왔다. 더욱 힘내서 빠르게 마무리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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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도시 삼척에 도착했다. 원덕읍사무소에 들러서 미리 지도를 가지고 왔다. 하지만, 그닥 자세하게 적혀져 있지 않은 지도에 조금은 실망했지만, 언제부터 지도에 의지했던가, 단순히 도로에 있는 이정표와 감으로 길을 걸어왔다. 내가 걷는 7번 국도라는 곳은 군데군데 공사중이었다. 특히 길을 닦아 놓기만하고 차는 아직 다니지 않는 길들이 많았다. 머릿속에 꾀를 좀 내보았다. 그 길로 올라가면 내세상아닌가? 공사인부들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면서 그길에 올라 신나게 걸었다. 왕복 2차선 도로를 내가 혼자 전세를 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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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도착지는 임원리라는 곳이었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그길로 쭉쭉 올라갔다. 하지만 이것이 내 불행의 시작이 될지 누가 알았을까? 아직 시간이 이르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겨울해는 짧다. 금새 해가 져가고 산속 한가운데서 나는 그 험한 태백산맥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시시각각 자동차들은 늘어가고,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앞은 보이지 않는다. 왼쪽 발목은 조금씩 아파오고 여러모로 상태가 안좋았다. 그래도 뭐 별 수 있는가, 무작정 걷는게 가장 안전하고 빨리 쉴 수 있는 방법이다.

산을 두개나 넘어 장호항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다행히 묵어갈 곳을 찾았다. 대뜸 숙소 주인이 '걸어왔나봐요?' 라고 묻는다. 하기사 여기서 나같은 차림새로 있는 사람이 버스를 타고 왔을리는 없다. 버스도 안다니니까... 멋적은 웃음을 짓고 냉큼 방을 잡고 들어가 침대에 몸을 뉘었다. 씻긴 씻어야 겠는데 몸이 녹초가 되니 일어날 수가 없다. 그렇게 누워서 잠이 들었다.

한참이 지나서 일까? 진동소리에 놀라보니 집에서 전화가 왔다. 시간은 9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고, 어디서 무슨일이 있는지 전화를 안받는 나를 걱정하셨는지, 어머니의 목소리가 많이 떨린다. 괜히 미안해진다. 너무 피곤했는지, 몸을 가누는 것이 어렵다. 강원도의 힘... 뼛속까지 전해지는 그 힘앞에 나는 무력해지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