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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bbies & Tour

<전국도보여행 - '강원도' 편> ③ 강릉시 : 오 놀라워라.. 강원도의 힘의 근원 태백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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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와 다름없이 일어났지만 별로 썩 컨디션이 좋지 않다. 동해시에 있는 찜질방에서 1박을 했었는데.. 지난 영덕에서의 찜질방은 방이 너무 추웠는데 반해서 여기는 너무 더워서 잠을 깨다 자다를 반복했다. 찜질방에 가서 느낀거지만, 왜이렇게 코고는 사람이 많은지.. 그것도 귀엽게 골아주시는 것도 아니고, 25톤 트럭 소리와 맞먹는 육중한 5.1채널 사운드를 자랑하는 분들이 유달리 내가 가는 곳마다 서너분씩 계신다.

그래서 그런지 영 찌뿌둥 하지만, 피곤한 것은 없었다. 동해시를 뒤로하고 그렇게 강릉으로 향했다. 강릉에는 이모가 살고 계셔서 오늘 하루 숙박비는 굳혔다고 생각하니 발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전날 미리 피시방에 들려 확인한 강릉까지의 거리는 얼추 40Km 정도 되는 긴 길이지만.. 뭐랄까?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별로 준비가 안된 마음가짐으로 출발을 했다.

동해시는 규모가 아주 작은 도시이다. 동해안 지도를 살펴보니 속초와 동해시는 굉장히 규모가 작은 도시였다. 강릉시에 비해서 약 4분의 1정도의 크기인 동해시를 빠져나가는데는 별로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빠져 나가기 전에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명사십리라고 불리우는 망상 해수욕장이였다. 그야말로 명사십리라고 하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게 펼쳐진 넓은 백사장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여름에 여기저기 휴가를 가야지 생각해 놓은 곳이 많은데, 이 망상해수욕장은 금새 물망에 오를 정도로 멋있었다. 이러다가 여름 휴가때 여기도 저기도 못갈것 같은 생각이 들긴하지만.. 그렇게 망상해수욕장을 뒤로하고 강릉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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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옥계면을 알리는 이정표가 나왔고 강릉이라는 이정표가 보이자 입이 찢어졌다. 생각보다 멀지 않은 강릉이라는 느낌에 별로 아무 느낌도 받지 못했다. 걷다보니 옥계면사무소가 있는 곳에 도착을 했다. 하지만 강릉에 들어온 기쁨도 잠시 정말 웅장하게 버티고 서있는 첩첩산중에 한숨을 쉬었다. 뭐 산을 넘어온건 울진에서 부터 였기때문에 크게 놀랍지는 않지만, 다시 산을 오를려고 하니 어지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있으랴.. 옥계면에서 점심식사를 일찍이 마치고 강릉으로 힘찬 발걸음을 내딫었다. 계속되는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급커브길에 발에는 많은 피로가 전해졌고, 걸을때 지끈거리던 왼쪽 발목과 시큰거리는 오른쪽 무릎이 오늘따라 험한 산세에 더욱 아파왔다. 처음 만나게 된 난관은 동해 1 터널이었다. 그간 지났던 터널은 어느정도 보행자의 공간이 확보 되었지만, 이번 만난 터널은 전혀 확보가 안되어서 차로를 이용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뒤돌아서 돌아갈 도로도 없고, 우회로라고는 등산로 없는 산을 넘는수밖에 없다. 그러니 울며 겨자먹기로 그 생지옥에 뛰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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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그 험한 터널에 굴곡은 왜이리 많은지 수많은 차들은 쌩쌩 달리며, 뒤늦게 발견한 나를 보고 경보등을 켜며 뒷차에게 알려주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하고 내가 손은 흔들어 내가 여기 있음을 알리기도 하며.. 생각해보면 십여분밖에 안되는 시간인데, 굉장히 많은 시간이 흐른 것 처럼 느껴 질 정도로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컨디션 난조로 발이 아픈 상황이었으리라고 생각했지만, 전방의 차를 주시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어서 그런지 아픈줄도 모르고 열심히 걸었다. 산넘어 산이 계속되는 악조건 속에서 휴게소하나, 그 흔한 주유소 하나도 보기 힘들 정도인 7번 국도 옥계에서 강릉시내까지의 구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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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 산중을 완전히 넘어 온것은 오후 5시가 다되어서 였다. 날씨가 흐린탓에 해가 지고 있는지 볼 수는 없었지만, 확실히 어두 컴컴해진것이 밤이 찾아오려는 것같다. 하지만 이정표를 보고 있노라니, 강릉까지는 아직도 12Km 가 남았다고 하니 아무리 빨리 걸어도 오후 8시가 다되어야 도착할 듯 하다. 참으로 난감했다. 버스나 택시는 눈씻고 찾아 볼 수 없고.. 이전에 산을 오르며, 태워주겠다고 하시던 고마운 아저씨 두분이 아쉬울 정도로 도로는 어둠과 함께 더욱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 강원도의 힘이라는 것을 뼈져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간 걸어왔던 길이 무색할 정도로 강릉시내까지의 7번 국도는 악! 소리나는 고개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어쩔 수 있으랴, 목숨 부지 하려면 강릉 시내까지는 가야한다. 열심히 강릉 시내까지 달리는수밖에 없다. 피곤해지고 많이 걸어서 퉁퉁 부은 발을 뒤뚱거리면서 걷기 시작했다. 완전히 어둠이 내려 앉은 도로에서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아, 지나다니는 차들의 불빛에만 의지를해야했다. 그 불빛이 상당히 위험하기도 했으나 언젠간 나올 강릉시내를 기대하면서 열심히 걷기만 했다. 한시간이 넘게 지난후에 멀리 불야성 처럼 빛나는 아파트 단지와 상가들을 볼 수 있었다. 드디어 강릉 시내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고, 신호 막힘없이 쌩쌩달리던 자동차들이 신호를 기다리는 교차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한도의 한숨을 크게 한번 쉬고 가슴속에 담아 두었던 걱정을 조금 덜어 내고 걸으니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긴장이 풀렸는지 슬슬 배가 고파졌다.

서둘러 이모댁까지 향했다. 너무 피곤해져있는터라 저녁밥을 먹고 씻고 나니 졸음이 쏟아 졌다. 아직 일터에서 돌아오지 않은 이모의 얼굴을 보고 자려고, 애써 오는 졸음을 참고 있었다. 이것저것 움직이면서 졸음을 참아야 하는데 퉁퉁 부운 발때문에 걷기가 힘들어 앉아만 있었다. 그걸 보시던 이모부께서 발을 높은 책상에 올리고 잠깐 누워있으라고 하신다. 시키는대로 누워있은지 15분후에 일어났더니, 발이 깃털처럼 가벼워지고 붓기가 많이 빠졌다. 피곤해진 피가 발에 쏠려 있을때 심장의 위치보다 높에 발을 올려서 발에 몰린 피를 다른쪽으로 옮겨가게 해주는 방법이란다. 진작 알았으면 그간 고생하지는 않았을터인데...

금새 이모가 오셨고, 그간 못다한 인사를 나누고 나는 금새 골아떨어져 버렸다. 아! 강원도! 아! 태백산맥, 그 자연의 힘앞에 얼마나 인간은 무력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