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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bbies & Tour

<전국도보여행 - '강원도' 편> ⑤ 속초시 : 함박눈이 날리고, 그렇게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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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일찍이 속초까지 이동하기 위해서 7시도 안되는 시간부터 부랴부랴 숙소를 나섰다. 아직 어둠이 가득한 이른 아침이었지만, 느낌이랄까? 왠지 그다지 기분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 그런 하늘의 모습과 나의 컨디션이 예측이 되는 하루의 시작이었다. 이제 속초까지이면 거의 여행의 마무리가 보이는 시점이다. 그간 여러 동네를 다녀 봤지만, 특히 강원도가 힘들기는 하지만, 꼭 길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끝이 보이기 때문에 더 귀찮고 힘들게 느꼈으리라고 생각한다.

한걸음 내딫는 발을 하늘은 알고 있었을까? 걷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떨어 지는 듯 했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씨는 크게 문제 될것이 없었다. 남해를 갈때도 그랬고, 경주를 갈때도 그랬고 비가 오는 날씨는 겪어 보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자 이런 나의 자신감도 수그러 들었다. 걸으면서 처음 보게 되는 눈이 오는 날씨가 시작이 된 것이다. 한시간도 안되서 이 눈은 엄청난 속도로 그 양과 크기가 커졌고, 흔히 이야기 하는 함박눈으로 바뀌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더 강해지는 눈, 아니 눈보라 속에서 나는 계속 걷고는 있었지만, 왠지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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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동안 만감이 교차한다. 이대로 걷다가 어떻게 되는게 아닐까, 앞으로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면, 나는 이대로 눈속에서 어떻게 될까... 기타 등등의 우울하고 암담한 생각들과 함께, 그만두고 싶은 그런 느낌으로 가득했다. 한편으로는 눈앞에서 하염없이 약해져가는 내 모습이 싫기까지 했지만, 그 누가 그런 모습을 보이리라고 알았을까? 헌데 재미있는것은 바로 지금부터이다.

눈이 많이 오는 것을 걱정하면서 걷다보니, 머릿속으로는 오만가지 생각을 하고 있지만, 계속 잘 걷는다. 발은 젖고, 몸은 피곤해져가지만, 걱정들 속에서 계속 걷는다. 참 웃기는 녀석이다. 마음은 다른데 가 있지만 이미 몸은 계속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육체는 계속 움직이고 있다. 어느새 양양군내를 지나고 속초로 이동하는 나의 모습을 뒤늦게 발견했고, 꽤나 눈속에서는 빠른 속도로 속초까지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낙산사를 지나서 설악산 입구에 다다르니, 많은 인파들이 보였다. 그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설악산을 오르려다가, 눈이 많이 오는 바람에 다시 되돌아가는 모습들이 보였고, 정말 눈이 야속할 정도로 사람들의 눈속에는 아쉬움의 눈빛이 역력했다. 설악산, 낙산사에서 속초 시내 초입까지 가는데는 정말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나는 그곳에서 중요한 선택을 내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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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내내 라디오를 들으면서, 뉴스도 듣고 음악도 듣고 움직이는데, 뉴스에서는 영동지방의 눈소식을 알리며, 그와 동시에 엄청난 한파가 찾아 올것이라는 예보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봐도 눈은 그칠것 같지 않고, 앞으로 이 눈이 2~3일 계속 진행된다고 하니, 더 이상의 진행이 어려울 것 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오늘이야 운이 좋게 아무 사고도 없었지만, 다음 번에는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법, 특히 찻길을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 상황인데, 물론 차의 진행 방향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눈이 오는 날의 운전자 들은 나를 발견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렇게 굉장히 위험하게 차를 피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그렇게 속초에서 나의 여정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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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향하는 내내 아쉬움에 표정을 좋게 할 수 없었지만, 엄청나게 내리는 눈 속에서 집으로 가는 이 버스가 무슨일이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을 정도로 그렇게 눈은 나에게 공포감을 안겨 주었다. 나의 목적지는 고성이었지만, 그렇게 고성 눈앞에서 눈이라는 것은 나에게 돌아갈 것을 일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