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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유부남 이야기

오늘의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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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부터 문자메시지가 왔다. 월급타서 부쳐주겠다던 100만원을 일정보다 빨리 좀 달라시던 어머니, 아직 아르바이트비를 타지 않아서 80만원정도 되는 돈이었지만 급히 필요하시단다. 요 근래 경기가 많이 안좋다. 특히나 내수 경제의 침제는 장기화 된지 오래고 이제는 대외적인 무역수지도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기 시작했다고 하니 여러가지로 국내 경제 사정이 최악이다.

대통령 선거가 있고 나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이 어디 한순간안에 되겠냐만은 요새는 이런 저런 정책보다는 정당끼리 국회의원을 하려고 선거 유세에만 열심히다. 뭔가 희망이 될만한 정책이나 정부의 조짐 따위는 보이지가 않는다. 눈코뜰새 없이 바쁜 서민들의 일상속에서 여성들의 밤길을 무섭게 만드는 성범죄 사건들이나, 가뜩이나 세계에서 가장 출산률이 낮기로 유명한 대한민국인데, 아이들까지도 성범죄의 대상이니, 행여나 세상 무서워서 아이를 못낳겠다는 부모들이 늘어날까봐 걱정이 됐다. 여자친구 입에서도 그런 소리가 나왔다.

서민중의 서민의 가정에서 태어난 나는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한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런 저런 시간들을 다 겪어왔다. 특히 분당으로 이사를 오고 난 후 부터는 주변의 아이들과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이상한 열등의식이 생기긴 했지만 그런 열등의식이 좀 더 나를 강하게 만들었던거 같다. 여기까지는 그저 여담이었고...

여튼가서 바로 80만원을 부모님께 송금을 해드렸다. 기분이 묘하기도하고.. 이게 과연 도움이 될런지 만감이 교차했다. 평소 나는 아무 생각없이 살고 있지만, 카드 결재일이나 돈들어갈 일이 생기면, 가끔 걱정을 한다. 그러고 후회를 한다 왜 이렇게 과소비를 했을까..? 딱히 술값으로 쓰는 돈은 없지만 그래도 부모님한테 미안하다. 나는 경제적인 면에서 가장 이기적인 나이인 대학생이다. 버는 돈은 없지만, 쓰는 돈은 왠만한 성인 못지 않다. 내가 쓰는 돈 만큼을 처음으로 부모님한테 '빌려' 주는 식으로 송금을 해주고 나니 허탈함도 있지만 왠지 뿌듯했다.

그리고는 수업을 들어갔고 부끄럽게도 매너모드로 바꿔놓지 않은 내 휴대폰이 문자메세지가 왔다고 삐리릭 울어 댔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문자메시지를 확인해 보니, 아들이 준 돈을 아주 잘 썼다고 이자까지 쳐서 주시겠단다. 나를 키우는데 들인 돈은 이자는 커녕 원금상환 조차도 원하지 않으시면서 내돈을 '빌려' 가시면서 이자까지 주시겠다고 하니까 조금이니마 아깝게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오후에는 좋은 소식들이 많이 들려왔다. 월화수까지 일은 안나가도 된다는 즐거움(?)과 더불어 좋아하는 여자친구와.. 늦은 오후쯤에는 친구로부터 영화 시사회까지 양도 받았다. 난 참 운이 좋은놈이다. 재물복은 없어도 사람복도 있고.. 또 무엇보다 진정한 행복을 가까운데서 찾아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 말이다.

난 참 경험이 많은 사람이다. 예전엔 힘든 경험만이 가득했는데, 비온뒤에는 땅이 굳는다고 했던가.. 이제는 힘들게 느꼈던 경험들도 즐겁게 승화시킬수 있는 너그러움과 여유가 생겼다. 그게 내 삶의 안식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