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15. 08:13ㆍHobbies & Tour
제네시스 브랜드의 시작과 끝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브랜드는 비교적 최근에 런칭을 했다. 그 시작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면 에쿠스가 될 수도 있고 그 뒤에 나온 제네시스라는 모델이 될 수도 있지만 나는 G80이라는 모델이 가장 인상 깊었다. 당시는 이미 시승이나 실제 소유를 하면서 여러 가지 차종들을 경험해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어떤 차에 대한 환상이나 선입견이 없을 시기였다. 그래도 왜 그러지 제네시스의 디자인만큼은 내 생각들을 사로잡았다.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정확히 내 취향이었다.
내 생일이 찾아오던 어느날 아내와 함께 그동안 고민하면 G80을 구매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아주 운이 좋게도 내 생일날 차량 등록까지 마쳐서 구매를 하게 되었다. 이것으로 현대차와의 인연이 한 번 더 이어지게 된 셈이다.
외관 디자인 : 차량 컬러가 신의 한수
개인적으로는 측면에서 보는 모양이 가장 예뻤다. 뭔가 쿠페 스타일 같으면서도 날렵해 보이지만 우아하며 부드러운 선이 있었다. 디자인에 대해서 그 깊이가 있는 공부를 한 것은 아니지만 언뜻 보기에도 차량이 예쁘다. 이런 기분이었다. 당시 차량을 주문할 때도 이런 디자인 요소들을 상당히 많이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에 차를 인도받기 전부터도 경험적으로도 이미 차를 구매할 것 같은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런 것이 바로 제네시스 브랜드가 추구하는 경험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거리로 나가면 상당히 많은 G80 들이 있다. 내가 주문한 G80도 그중 하나이지만 확실히 달랐다. 그 이유는 바로 바디 컬러 때문인데 컬러의 정식 명칭이 '사하라 베이지'이다. 어디서도 쉽게 보기 힘든 색상으로 한눈에 보아도 내 차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핀도스 그린이라는 컬러와도 고민했었지만 아내의 권유로 사하라 베이지로 선택하게 되었다. 또 하나 맘에 드는 점은 휠, 개인적으로는 제네시스에 앞 범퍼 쪽의 그릴과 굉장히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대중적으로는 다른 휠이 더 많이 눈에 띄었지만 말이다.
널찍한 여백과 몇 가지의 선 그리고 차량의 부품에 디테일하게 새겨진 무늬들이 이 차가 럭셔리 혹은 사치스러움을 표현하고 있음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내부 디자인 : 보이는 곳곳의 고급스러움
제네시스 브랜드에서는 대부분의 차종에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이하, SDS)이라는 이름의 패키지를 판매한다. 리얼 우드가 포함된 SDS2와 알루미늄 소재가 쓰인 SDS1 가 있었고 가죽의 재질도 차이가 있었으나 크게 고민하지 않았고 알루미늄 소재를 골랐던 것 같다. 우드라는 소재는 별로 선호되지 않는 것이 보통이라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출고된 차량의 우드를 보면 그 소재감이 기존에 보던 것과는 많이 달라서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 부부는 SDS1을 선택하였다.
옵션을 상당히 많이 넣어서 차량 가격이 점점 비싸졌지만 출고되어 나온 차량을 보고 위안을 삼았다. 국산차에서 인색하던 디지털 계기판도 있었고 그 모양도 예쁜 편이었다. 그리고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고 그 사용성 역시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취향이었다. 특히 나는 HUD를 여러 번 칭찬하고 싶다. 길 안내가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혼란스러울 수 있는 교차로에서의 길 안내도 확실한 이미지로 보여주면서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게 안내를 해주었다. 팰리세이드를 운행할 당시도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었지만 제네시스의 경험 쪽이 더 하이테크로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HUD의 크기였던 것 같다.
왜 떠나보냈나?
제네시스는 대한민국에서 대표되는 고급차 중 하나이다. 이전에는 그랜저가 그 역할을 했었지만 제네시스 브랜드가 론칭하고 나서는 G80이 그 이미지를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 사회에서 자동차의 주된 역할이라면 이동 수단이 있지만 부수적인 역할로는 아마도 다른 좀 더 속된 가치도 있다고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G80은 그 역할에 좀 더 충실한 편, 솔직히 왜 이 차를 방출하게 되었는지를 간단히 말하면 고배기량과 6기통의 맛을 느끼기 위해서였다.
이 차는 4 기통 2.5T 엔진을 탑재하고 있고, 생각보다 연비가 좋지 않았다. 마음만으로는 3.5T만 되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솔직한 고백을 하자면 이후부터는 차량 변경에 대한 명분보다는 오로지 내 호기심으로 촉발되지 않았나 싶다. 좀 더 그럴싸하게 정리하자면 G80은 모든 무난함을 다 갖추었다. 주행도 디자인도 경제적 임도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조금 심심한 편이었다. 그래서 2년 여가량 운행을 한 뒤에 정리를 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다음 차를 또 재미있게 탔기 때문에 미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