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2. 19. 23:59ㆍ개발자 생활
IDE 를 바꿨더니 생활이 바뀌었다

나는 꽤 오랫동안 VS Code 와 IntelliJ 를 번갈아 쓰는 개발자였다. Spring 이나 Java 프로젝트는 IntelliJ, 그 외에는 전부 VS Code. 나름대로 자리 잡은 루틴이었고 별 불만도 없었다.
그러다가 GitHub Copilot 을 쓰기 시작했다. 코드를 자동으로 완성해주는 게 신기했고, 확실히 타이핑 양이 줄긴 했다. 근데 쓰다 보니 뭔가 좀 아쉬웠다. 자동 완성은 해주는데.. 내가 뭘 하고 싶은 건지는 잘 모르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더 나은 게 없나 찾아보다가 커서(Cursor) 라는 녀석을 만났다.
그게 대략 1년 전 이야기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그 뒤로 나의 개발 생활은 꽤 많이 달라졌다.
검색의 종말
개발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코드를 짜다가 뭔가 막히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 뭘까? 구글링이다. 에러 메시지를 복사해서 구글에 붙여넣고, 스택오버플로우 글을 훑어보고, 공식 문서를 뒤져보고, 그래도 안 풀리면 ChatGPT 에 물어보고.. 이 과정이 길면 한두 시간은 거뜬히 잡아먹었다.
비개발자 분들을 위해 쉽게 설명하자면, 개발자의 하루 중 상당 부분은 코드를 "작성"하는 게 아니라 "검색"하는 데 쓰인다. 농담이 아니다. 진짜로 그렇다.
커서를 쓰기 시작하고 나서 이 검색 시간이 확 줄었다. 모르는 게 생기면 에디터 안에서 바로 물어볼 수 있다. 구글 탭을 열 필요도, 스택오버플로우를 뒤질 필요도 없다. 그냥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코드를 보여주면서 "이거 왜 안 돼?" 하면 맥락을 파악하고 대답을 해준다.
물론 완전히 구글링을 안 하게 된 건 아니다. 아직도 가끔은 검색한다. AI 가 주는 답이 100% 정확하지 않을 때도 있고, 공식 문서를 직접 확인하고 싶을 때도 있으니까. 근데 확실한 건, 예전처럼 몇 시간씩 검색의 늪에 빠지는 일은 거의 사라졌다는 거다.
이건 진짜 다르네
커서를 쓰면서 제일 충격받았던 건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작업 속도다. 예전 같았으면 몇 시간, 어쩌면 며칠은 잡았을 작업을 압도적으로 빨리 끝낼 수 있게 되었다. 코드를 짜달라고 하면 뼈대를 만들어주고, 거기서 수정하고 싶은 부분을 이야기하면 바로 고쳐준다. 내가 하는 건 방향을 잡아주고 검토하는 것이다. 마치 내가 시니어 개발자가 되어서 주니어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느낌이랄까.
두 번째는 모르는 기술로도 뭔가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솔직히 이게 더 충격이었다. 예전에는 새로운 언어나 프레임워크로 뭔가를 하려면 최소 며칠은 공부를 해야 했다. 튜토리얼 보고, 문서 읽고, 삽질하고.. 근데 이제는 "이런 걸 만들고 싶은데 이 기술로 해줘" 하면 일단 돌아가는 것을 만들어 준다. 거기서부터 내가 이해하면서 고쳐나가면 된다.
학습의 방향이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AI 에게 코드 리뷰를 맡기는 것도 자연스러워진다. "이 코드 문제없어?" 하고 물어보면 내가 놓친 부분을 짚어주고, 더 나은 방법을 제안해주기도 한다. 물론 AI 의 리뷰가 항상 맞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한 번 더 검토하는 과정이 생긴 셈이니 나쁠 게 없다.
새벽 삽질의 추억
개발자에게는 "삽질"이라는 문화(?) 가 있다. 코드가 안 돌아가는데 도대체 왜 안 되는지 모를 때, 새벽까지 모니터를 붙잡고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것이다.
비개발자 분들한테 비유하자면, 이케아 가구를 조립하는데 나사가 하나 안 맞아서 전체를 뜯었다가 다시 조립하는 그런 느낌이다. 그것도 설명서 없이.
이 삽질 시간이 확실히 줄었다. 에러가 나면 에러 메시지를 보여주면서 "이거 왜 그래?" 하면 대부분의 경우 원인을 찾아준다. 예전에는 에러 메시지를 구글에 검색하고, 비슷한 증상을 가진 사람의 글을 찾고, 거기서 힌트를 얻어서 시도해보고.. 이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가끔은 예전의 그 삽질이 그립기도 하다. 새벽에 혼자 끙끙대다가 해결했을 때의 그 쾌감.. 근데 솔직히 말하면, 지금은 그것과는 다른 종류의 카타르시스가 있다. 오랫동안 묵혀둔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하거나, 복잡하게 얽힌 이슈들을 정리해 나가는 그런 쾌감보다도, 압도적인 생산성 그 자체에서 오는 짜릿함이 더 크다. 뭔가를 만들어내는 속도 자체가 주는 쾌감이랄까. 예전의 드라마틱한 해결과는 결이 좀 다르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다. ㅋㅋ
편해진 만큼 불안한 것들
여기까지 읽으면 "와 그럼 커서 쓰면 만사 OK 인 거 아냐?" 싶을 수 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다.
가장 큰 걱정은 실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예전에는 직접 코드를 한 줄 한 줄 써내려가면서 "아, 이 부분은 이렇게 동작하는 거구나" 하고 체득했다. 근데 요즘은 AI 가 짜준 코드를 읽고 검토하는 시간이 더 많다. 물론 읽는 것도 공부가 되긴 하지만.. 직접 쓰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
그리고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나 지금 커서 없이 코딩할 수 있나?"
계산기에 익숙해진 사람이 암산을 못 하게 되는 것처럼, AI 에디터에 익숙해진 개발자도 결국 비슷해지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 아마 비슷한 고민을 하는 개발자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안 쓸 수는 없다. 계산기가 있는 세상에서 일부러 주판을 쓸 수는 없는 것처럼. 다만 이 편리함 속에서 잃어가는 것들이 분명 있다는 건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달라진 건 나만이 아니었다
여기까지는 나의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좀 더 넓은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커서를 비롯한 AI 코딩 도구들이 바꾸고 있는 건 개인의 생산성만이 아니다. 개발자라는 직업의 문화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먼저 중간 관리자, 그러니까 개발 리드의 역할이 굉장히 애매해졌다. 원래 개발 리드라는 자리는 팀에 경험이나 지식을 전수해주고, 복잡한 문제를 같이 설계하고, 리소스를 관리하는 역할이었다. 쉽게 말해서 "이건 이렇게 해봐", "그 방향보다는 이쪽이 낫지 않을까?" 같은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었다.
근데 이제 이런 역할의 상당 부분을 AI 가 대신한다. 모르는 게 있으면 리드한테 물어볼 필요 없이 AI 에게 물어보면 된다. 설계를 고민할 때도 AI 와 대화하면서 정리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이제 개발 리드는 소프트 스킬에만 집중하기보다는 다시 작업자 중 한 명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물론 AI 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근데 솔직히 지금 당장 그게 뭔지 떠올려 보려 하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또 하나 느끼는 건 개발자 간의 소통이 점점 줄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옆자리 동료한테 "야, 이거 좀 봐봐" 하면서 같이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었다. 코드 리뷰도 하고, 기술적인 논쟁도 하고, 그러면서 팀이라는 게 만들어졌다. 근데 이제는 대부분의 문제를 AI 와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굳이 옆 사람한테 말을 걸 이유가 줄어들었다.
조직의 결속력이라는 것, 같이 일하면서 생기는 유대감 같은 것들. 작지만 소중했던 이런 가치들이 AI 라는 압도적으로 생산적인 동료 앞에서 서서히 희미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나는 개발자다
커서를 쓰기 시작한 지 1년. 돌아갈 수 있냐고 물으면, 솔직히 못 돌아간다. 이제 커서 없이 개발하는 건 상상이 안 된다. 스마트폰 쓰다가 피처폰으로 돌아가라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실력 저하가 걱정되고, 의존성이 무섭고, 개발자라는 직업의 문화가 변해가는 게 씁쓸하기도 하다. 그리고 한 가지 웃긴 게 있다. 그동안 AI 가 발전하면 문과 전문직들이 먼저 사라진다고들 했다. 변호사, 회계사, 번역가.. 그런 직업들이 위험하다고. 근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가장 먼저 사라지게 생긴 건 개발자인 나 자신이었다. ㅋㅋ 이 아이러니가 웃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개발자한테 커서를 추천하냐고 물어보면 당장 쓰라고 말할 것이다. 안 쓰면 손해다.
도구가 바뀌고,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동료와의 관계도 바뀌었다. 하지만 문제를 정의하고, 방향을 잡고, 결과물에 책임을 지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AI 가 코드를 대신 짜주는 세상이 되더라도, 결국 "뭘 만들지"를 결정하는 건 나니까.
그래도 나는 개발자다.
다만, 1년 전의 나와는 조금 다른 개발자가 되어가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