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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bbies & Tour

11. 17. 도봉산 등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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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갔던 산인데, 문득 도봉산 등반기가 빠져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날의 기억을 되짚어 보려고 한다. 이날은 굉장히 기운이 없었던 날이었다. 아침부터 이상하게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고 기분도 영 가라 앉는 그런 상황이었다. 왠지 그냥 집에서 있는다는 것이 굉장한 손해라고 느껴지고 있었지만, 왜 몸이 안좋은것은 몰랐는지 무작정 또 집을 나섰다.

도봉산이라는 이정표를 본지가 꽤 오래전인거 같은데, 막상 도봉산을 가려고 하니 지하철이 아니고서야 막막하다. 평소에 지하철을 애용하지 않는 내가 섣불리 지하철을 탈리는 없고, 수소문 끝에 도봉산에 가는 버스에 올랐다. 날씨는 해가 났다 들어갔다는 반복하는 날씨었지만, 제법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가 낮은듯 했다. 도봉산 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조금 놀라웠다. 그간 갔던 산들중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소수의 사람들이 너댓명씩 움직이는 풍경보다는 단체로 온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래서인지 바늘가는데 실간다고, 여기저기 보이는 식당과 포장마차, 술집들이 약간은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단풍이 절정을 지나 완전히 졌을때의 도봉산 이었지만, 제법 올라가는 동안 볼것들이 많았다. 사람들이 많으니 별로 위험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고, 주변에 보이는 계곡과 잘 닦아놓은 등산로는 아주 편안하기 까지 했다. 도봉산도 바위산이라고 들었는데, 북한산에 비해서 별로 어려워 보이지 않는게 사실이었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도봉산 초입은 별게 아니었다.

초입을 지나서 중반쯤 올라갔을까? 포장되어 있는 듯 했던 등산로는 드디어 사람들이 지나간 자취만 보이는 희미한 길들로 변하고 여기저기 나무나 흙보다는 바위와 돌들이 더 많아졌다. 또 산을 오르고 있는 사람들은 점점 없어져 갔다. 바위산이라는 이름은 무섭기도 하지만, 그만큼 바위산인 곳도 많지 않고, 또 이 산들의 특징은 오르면 오를수록 매력있고 재미있고 아름답다는 것이다. 확실히 힘이 더 들고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그만큼의 짜릿함이 있다. 도봉산 중턱에 있는 대피소앞에서 엄청난 광경을 만났다. 우뚝 솟아있는 바위 봉우리에 사람들이 로프 하나에 몸을 맡긴채 암벽 등반을 하고 있었다. 약간의 고소 공포증이 있는 나한테는 쳐다보기 조차 힘들었는데, 저기 있는 사람들은 소리도 지르고 꽤나 열심히 올라 가고 있다. 무섭다.

그렇게 앗찔한 광경을 목격하고 거의 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정상이 가까워 질수록 경사는 더욱 더 심해졌고, 바위 계단을 하나하나 오를때마다 숨이 턱턱 막혔다. 자운봉, 도봉산의 정상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이고, 높은 바위 위에 사람들이 줄을 잡고 낑낑대며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어서 올라갔다 내려가야지 하는 순간이었을까? 바람도 훨씬 거세지고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산의 정상을 보다보니, 하늘이 꾸물거리는 모습은 간과 하고 있었다.

정상의 코앞에서 만난 난관은 암벽 등반 수준의 로프 벽타기다, 물론 수직정도는 아니었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곳에서 굉장히 애를 먹고 있었다. 올라가는거야 문제가 안되는데, 내려가는 것이 상당히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니 뭐가 무서울까보냐, 눈 딱 감고 이 꽉 악물고 정상에 올랐다. 멀리 탁트인 시야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산의 목표에 올랐을 때의 그 기분은 다들 알고 있을터, 그 기분을 만끽하였다.

점점 빗발은 거세지고, 정상에서의 감흥을 즐기기보다 빠른 하산을 선택했다. 역시 생각과 같이 산을 내려가는 것이 더욱 힘이 들었다. 내려가는 것이 발에 더 부담이 가고, 더 힘든것은 몇번의 산행에서 얻어낸 교훈이다, 가뜩이나 무게가 좀 나가는 나한테는 내려가는 것이 특히 더 부담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식은땀이 비오듯 오던 아침과 조금은 불안했던 산행, 그리고 정상에서의 비소식, 또 하산중에는 어떤 것이 기다릴까 나름 기대를 했지만 벼로 에피소드가 없었다. 사실 정신없이 내려가는 것에 집중을 했다. 거의 다 내려 갔을즈음 햇살이 다시 나기 시작했다. 산의 완전히 다 내려오는데 이상한 전화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중국에 갔던 친구놈이다. 군 제대를 하고 바로 중국으로 가버리는 바람에 얼굴도 못본 친한 친구 녀석인데,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다음 학기에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 기분이 좋아졌다. 대학 1학년 시절 정말 가장 추억도 많고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했던 친구인데, 이제는 4년이 지난 시간이지만 다시 함께 할 수 있다고 하니 더욱 보고 싶어졌다.

산을 내려오고 나니 아침의 찌뿌둥함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기분이 꽤 좋다. 도봉산은 확실히 정상으로 갈수록 험해지지만, 아래쪽의 산은 경치도 좋고, 길도 잘 되어있어서 나들이 장소로도 적합할 것 같다. 다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붐비는 경우도 있겠지만, 나 처럼 주말이 아니라 주중에 이곳을 찾는 다면, 좋은 소풍장소가 될것 같다.